간만에 이거저거 생각하기 싫어서 단순한 쌀밥에 김치찌개를 순식간에 만들어서 저녁을 먹고 인터넷을 뒤적거리다가 문득 2015년도 다이어리를 구경했다.
추운 거리를 통과해서 큰 서점에 있음직한 큰 다이어리 코너에서 이것저것 다이어리를 들쳐보면서,
종이의 질을 보고,
폰트들을 살펴보고,
구성을 보고,
두께 등등을 살펴보고 나서
2015년도는 어떤 녀석과 함께할까를 결정하고 계산을 하고 새 다이어리를 손에 들고 커피숍에 앉아
일단 이름을 쓰고, 생각나는 사람들의 생일들을 기록하고,
나의 2015년은 어떨 것인가를 생각하는 그런 일들
뭐 이런 이미지가 머리속을 떠다녔다.
그러다가, 문득,
'집으로 돌아가고 싶다'
라는 생각이 마음속을 가득 채웠다.
'아이고 공연히 다이어리를 구경했다'
라는 생각을 했다. 나는 다이어리에 굉장히 집착하는 스타일이다. (네네 물론 글씨를 잘 못쓰는 이유입지요 -_-;;;)
게다가 나는 이제쯤 한국으로 돌아가도 누가 뭐라고 하지 않을 정도로 외국 생활을 전전하고 있다.
울적해져서 집구석에 감춰둔 비장의 영국 에일인 랑카스터 바머를 한 병 딸까 하다가 다시 드는 생각
'그럼 내 고향은 어디지?'
그리고 나서 내게 완벽한 자유가 그러니까 "당신 어디든지 살라고. 어디있든 해당되는 직업을 줄께" 라는 제안이 온다면 살고 싶은 곳을 생각해봤다. 적어도 내게 마음의 고향은 이런 기준으로 고르는 곳일 것 같다.
1. 한국 서울의 강북. 저쪽에 아파트가 보이는 좁은 골목. 작은 가게들이 가깝고 왠일인지 개와 고양이들이 많은 곳.
2. 베트남 호치민 1군. 그러니까 아직도 이 도시의 오랜 색들이 보이고, 소음이 있는 곳. 역시나 걸어 다닐 수 있는 거리에 쪼물거리는 장소들이 있는 곳.
3. 영국 에그햄에 있는 작은 집. 기차는 그리 많지 않고, 10년 정도 지나도 별 발전이 없는 곳. 별 개선이 없는 펍들이 있는 곳.
뭐 이 정도 였다.
그리고 나자 다시 든 생각은
'뭐, 2번에 살고 있고, 설사 1번을 꿈꾸면서 한국으로 돌아간다고 해도 이미 울 회사는 울산이라는 그러니까 대학원 다니던 시절 논문을 위해 지질조사 다니던 도시임에도 거의 기억에 남지 않은 곳 바로 그 곳으로 이사를 갔다는 것인데... 그러니까 한국으로 돌아가더라도 위의 1, 2, 3을 그리워할 것이 분명하다'
였다.
그러자 문득 그러니까 울산 작은 원룸에서 베트남 커피나, 영국제 에일을 홀짝이면서 그리워할 내 모양을 그리는 그 순간, 우울함이 싹- 달아났다.
뭐, 나름 베트남 호치민 1군에 시끄러운 아파트에 살면서 바들을 전전하는 삶이 좋아졌다고나 할까?
2015년 다이어리 따위야 지금 시스템에 만족하면서 살면되는 것이지.
2015 다이어리 <<<<<<<< 바에서 마시는 맥주.
뭐 이런 과학적인 결론인 것이니까....
이 글의 주제는....
네네 저는 이성이 감정을 지배하는 그런 타입입니다.
흠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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