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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사이공데일리

연말 풍경





어제 드디어 주문한 2015년도 다이어리 속지가 도착했다.


"자자, 여기 세금 내셔야 해염"

"왜?"

"그니까... 크리스마스 때문이랄까..."

"아아- 여기있어"


뭐 이런식으로 한국으로 주문한 책 몇 권과 다이어리 속지는 내 손으로 들어왔다.


내가 다이어리로 사용하는 오롬 시스템은...

뭐랄까 단조롭다라고나 할까 아니면 꾸준하다고나 할까 그러니까 지난 수년간 디자인과 속지의 특성을 전혀 바꾸고 있지 않다. 

덕분에 


'아아- 이 인간들 왜 이렇게 바꾼거야?' 라든지

'그럼 이걸 이렇게 사용해야 하는건가?' 


등등의 고민을 할 필요가 없다.

결국 내년에도 올 해 사용하던 리포시스템에 오롬 속지를 사용하는 것으로 결론을 짓고, 

새로 온 속지에 내년도 일정이랄지 이름이랄지 하는 것들을 적었다.





그러고 있는데 ㅇ사 녀석이 들어온다.


"어? 왠일?"

"아아 이번에 저희 탁상 달력이 나와서염"

"고마워"


울 회사가 뭐랄까 총체적인 시스템 문제로 인해서 아직도 내년도 수첩과 달력을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탁상달력이 생겨서 좋다.

문제는 항상 녀석들네 회사는 디자인에 너무 신경을 써서 실용성이 떨어진다는 것이지만 뭐, 없는 것 보다는 나으니...






이번 주 내내 휴가였던 봄양이 복귀해서 슬슬 웃으면서 방으로 들어온다.


"왜? 무슨일?"

"저기염... 그러니까.... 언뉘들이 물어봐 달라고 하는 건데염....."

"??"

"그러니까 미스터 킴도 잘 아시겠지만 오늘이 사무소 송년파티이고..... 너는 별 상관이 없겠지마는 뭐랄까 준비라고나 할까...."


그렇다.

정신없이 손님들을 치루다 보니 (아아- 이 연말 손님들) 오늘 저녁이 사무소 망년회였다.

고로 봄양이 실실거리면서 내 방으로 온 즉슨, 오늘 저녁 6시에 있는 파티에 가려면 미리미리 머리도 해야하고, 화장도 해야하고, 옷도 등등의 이유로 일찍 집으로 갔으면 해서인 것이다. 참고로 베트남 여자들 특히 처녀들에게 파티는 열라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아, 그래 오늘 파티지. 점심 먹고 알아서들 필요한 시간에 출발해요. 내가 소장님께 얘기해 놓을께"

"감사함니다 ^^)/"


간만에 봄양이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감사를 보여줬다.






"네 그럼 수고 많으셨습니다. 잘 돌아가세염"

"그래 수고하고"


본사 손님들이 돌아갔다.

이제 다음 주 한 팀만 처리(?) 올 해는 마무리되려나 하는 마음으로 배웅을 했다.

언제나 처럼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고충을 들으니 참 노력들을 많이 한다는 것을 아셨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회사 대내외적으로 여러가지 어려움이 있으니 조금 더 참고 수고를 하라는 뭐 그런 얘기가 오고갔다.


생각해보면 90년대 말에 입사 이후로 울 회사는 혹은 이 나라는 항상 위기였고, 어려움 시기였으며 고통을 분담해야하고, 미래를 위해 희생을 하고, 자신의 욕심을 버려야 했으며, 기득권을 놓아야 했고, 지금은 좋은 시기가 아니니 기다려야 했고, 항상 샴페인은 먼저 터졌으며, 조용히 지내야 하는 인고의 시기였고, 자아를 찾을 필요는 없었다.


뭐 이런 관점에서 보자면야 당연한 말씀이었다.




연말이 되었다.

아직은 실감이 나지 않지만 모처럼 손님이 없는 주말에 부족한 성탄장식이나 사러 나가볼까 생각중이다.

아 올 해도 얼마 안남았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