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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사이공데일리

접대 접대 접대



"너가 가라구"

"시러여. 왜 제가 가야되염?"

"너 이따가 끝나고 뭐할꺼야!!"

"밥먹고 골프연습도 하고 티비도 보고 맥주도 마시고...."

"결국 할 일이 없다는 거자나!! 잔말말고 가서 조금만 놀아주라고"

"조금만일리가 없다구요. 아아~ 쒸`"


결국 목요일 저녁에 베트남어 공부도 땡땡이치고 모모씨들과 저녁도 먹고 술도마시고 노래도 부르고 등등의 저녁을 보냈다.


꼭 이런날 다음날은 일이 넘쳐난다.

정말 이를 악물고 뭔가를 계산하고 있는데 오후 2시쯤 어제의 인간들이 (아마도 이제 나오는듯하다) 지나가다 나를 보고 


"어? 멀쩡하네? 역시 젊은게...." 한다.


30분에 한 번씩 화장실을 들락거리는 중이라고 쏴주려다가 참았다.


토요일에 골프를 치고 집에 들어오자 린이 놀란다.


"아저씨~ (왠일이냐? 니가? 이 시간에 술도 안마시고?)"

"아아, 아저씨 넘 배고파 점심줘~"


린이 점심차리는 동안 골아떨어졌다.


"아저씨~ 점심 다됐는데~"


부시시 일어나서 점심을 먹고 있는데 부엌에서 린이 슬슬 눈치를 본다.

뭐 '아저씨 그동안 사랑해왔어요~ -_-;;;' 는 아닌게 분명하니까.


"린아, 점심먹은거 치우고 걍 집에가. 저녁은 내가 알아서...." 했더니


정말로 쉬쉬식 일을 해치우고 집으로 간다. 누가 린보고 느릿느릿하다고 했던가. 거의 손이 보이질 않았다.


티비보고 빈둥거리다가 저녁에 해지면 사진 찍으러나갈 준비를 했다.

이번주는 야경이다

뭐 이런셈이었는데, 전화가 왔다.


"뭐해?"

"저기여 부장님 지금 제가염 그러니까 중요한 약속이 있어서.....(부장님 토요일 오후라고요. 아니되옵니다)"

"야야 장난하지 말고. 그거 중요한 약속이야? 

김대리야 이번에 ㅇㅇ당 사무국 정책위원들이 왔는데, 너도 알자나 386세대. 너도 386이자나."

"허억~ 저는 억울한 386이에요 (69년생 -_-;;) 그 386들이랑 전적으로 다르다구요!! 게다가 저는 다른당을 지지한다구요"

"주글래? 암튼 ㅇㅇ가라오케로 튀어왔!!!"


접대란건 다 재미없다.

뭐 접대의 대상을 나중에 인간적으로 친해져서 만나면 그 사람의 다른 쪽을 보겠지만서도 

항상 접대받는 사람은 솔직히 접대받는 사람일뿐이다. 

그가 군인이던, 시국사범이었던, 공무원 나부랭이건, 기자새끼건, 교수건 접대하는 방법은 다 똑같은 거다.


일요일에 일어났더니 머리가 쪼개질 것 같다.

하루종일 집에서 빈둥거리다가 김치에 밥비벼먹고 또 잤다.

언젠가 심하게 접대해줬던 공무원이 어느날 국회의원이 되어가지고 국감에 나온 걸 봤었다.


"도데체 국영기업들이..... 수십억씩 접대로..... 이래서야 어디..... 앞으로는 내역을 공개해서...."


어짜피 약소국이 세계에서 돈을 벌어댈려면 나는 접대는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다.

솔직히 접대가 먹히는 나라에서 돈벌기는 더 쉬운 법이다.

단지 그렇게 얻어먹으면서 다니다가 어떻게 티비앞에서 그런 식의 말을 하는지 답답할 뿐이다.


입사해서 몇번인가 정권이 바뀌었고, 교수, 육군, 해군, 공군 출신의 사장들을 모셨고,

ㅇㅇ당, ㅁㅁ당, ㅅㅅ당의 관리들을 접대했고,

ㅁㅁ일보, ㅇㅇ일보, ㅁㅁ일보 기자넘들이랑 놀아줬고,

ㅇㅇ부, ㅇㅇ 위원회, ㅇㅇ조정실, ㅁㅁ위원회 공무원들을 접대했다.


하고도 기분나쁜게 접대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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