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의를 마치고 돌아왔는데 전화가 울린다.
"여보세여"
"아아, 김과장 잘있었어?"
"아 부장님 왠일이셔요?"
예전에 모셨던 부장님이 전화를 한 것이다.
"다 잘있지?"
"넹"
"그나저나 김과장 베트남 간지 3년쯤 되었나?"
"네 그렀다져"
"그래? 아 뭐 하나 물어볼까 하는데.... 김과장, 지금 있는데서 바로 다른 외국지사로 가는데 문제 있나?"
"아녀. 뭐 원래 여기올적에도 바로 영국서 왔는데여 뭐"
"그렇군. 그리고 뭐 그쪽 일 얼추 다 끝나가지?"
여기까지 이야기를 들었을 적에 뭔가 나의 여섯번째 감각이 움찔하는 느낌이 들었다.
'이건 위험하다'
나의 육감은 이렇게 말을 하고 있는 것이다.
바로 말을 돌려
"열라 바쁘져. 지금 생산정 시추하고 이거 끝나고 바로 탐사정, 바로 그 뒤를 이어 평가정 2개 뚫고 나면
시추후 평가보고서 써야하고, 매장량평가 보고서 써야하고 바로 뒤돌아서 매장량 공인준비를..."
"어? 그래? 아- 이거... 사람 빼기가 넘 어려운걸"
"왜여?"
"그게 있자나... 내가 이번에 사할린 프로젝트를 맡았거던. 그래서 같이 사할린에서 일할 사람이 필요하는데.... 김과장은 경력도 있고...."
순간 머리속에는 사할린의 이미지가 떠올랐다.
사할린=소련영토=북해도 위쪽=아이누족(?)=일제 강제징용=눈과 얼음
다시 수 많은 콘트라스트들이 떠오른다
즐거운 맥주 vs 독한 보드까
즐거운 언뉘야들 vs 털옷입은 아저씨들
맛있는 열대과일 vs 보드까와 딱딱한 빵
주말 골프 vs 주말 음주
아아, 절대 안됀다. -_-;;;
그래서
"근데염. 이건 제가 결정할 것이 아니라 울 부장님하고...."
"그래? 일단 돌려줘바바"
예상 했던대로 우리 부장님 소리를 지르면서 나를 못 뺀다고 하신다.
하아- 위험했던 순간이었다.
그나저나 왜 석유는 맨날 그리 험한 곳에서만 나는 것일까.... 흐음...
갑자기 베트남이 아름답게 보이기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