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언젠가도 한 번 쓴 것 같은데... 으음... 어쨌든....
참으로 실용적인 와인 마시는 법이다.
(제 1 단계) 모티베이션
요사이 '와인을 즐기고 싶다'라는 모티베이션을 찾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티비에서도 뭔가 폼을 잡으려면 와인을 마시고,
주변에 두터운 하드보드 페이지에 아름다운 사진으로 장식된 와인 가이드도 있고,
왠지 이런 분위기에서는 와인을 하는 식의 교육도 받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그 동안 식당에서 따라주는 와인을 마시다가 와인을 하나 우연히 얻거나 우연히 사거나 해서 집으로 가져온 다음 와인을 마셔본다.
결론은...
역시나 나는 소주 체질이라든가 혹은 맥주가 그리워로 날 가능성이 높다.
대부분 처음 경험하는 (솔직한) 와인의 맛은 전혀 향기롭거나 감미롭거나 달콤하지 않고 대부분 시거나 떫거나 하고 속이 않좋아지거나 머리가 아파진다.
특히 누구누구의 말을 듣고 잘 먹지 못하는 치즈를 안주삼아서 마시기라도 했으면 이 효과는 크다.
당연한 결과다. 이건 와인이 당신에게 '새로운 술'이기 때문이다.
소주의 맛을 알려면 시간이 걸리는 것 처럼, 맥주가 땡기기 위해서는 경험이 필요한 것 처럼 와인에게도 시간이 필요한 것이다.
(제 2 단계) 구입
와인을 마시기 위해 제일 먼저 구입해야 하는 것은?
당근 와인이다 (바보 -_-;;;;)
와인은 엄청나게 싼 것부터 엄청나게 비싼 것까지 다양하다.
초짜는 너무 싼 것 맛보면 별로이고 비싼 것 마셔야 소용없으니까 1~2만원 사이로 구입을 한다.
개인적으로 1만원 이내의 것을 추천!!
대형할인매장 와인코너에가서 1~2만원 사이에 병이 이쁘고 아래쪽이 폭 들어가고 콜크 마개로 되어있는 것을 고른다.
또 와인을 위해 반드시 구입해야 하는 것은?
와인 오프너이다.
이건 MUST다. 이게 없이 와인을 즐길 수 없다.
혹시나 콜크가 떨어진 와인을 즐길 수 있다면 모를까.... 얼마도 안하니까 꼭 사자.
와인잔은....
나중에 사도 된다.
일단 집을 잘 찾아보면 어무니들이 (마시지도 않으면서) 사다놓은 잔들이 있고,
없어도 나처럼 언더락스 잔에다가 마셔도 된다.
실제로 스페인 지중해연안 안달루시아 지방이나, 이태리 투스카니 지방에서는 길가 음식점에서 언더락스 잔 만한 그러니까 우리 막걸리 잔 같은데에 와인을 즐긴다.
뭐 프랑스야....
일단은 너무 작지 않고 들기 편한 잔을 이용하면 된다.
(제 3 단계) 친해지기
와인은 아주 고급스런 레스토랑에서 잘 차려입은 쏘믈리에들이 권하는 와인으로 테이스팅을 하면서도 맛이나고
이태리 시골 동네 레스토랑에서 이름모를 로컬 와인을 한 병 딸라 놓고 빵에다가 치즈를 얹어서 먹으면서 함께해도 맛이난다.
혹은 나처럼 볶음밥을 해서 같이 먹어도 찌르르 맛이난다.
결국 와인은 참으로 얽매이지 않는 그런 술이다. (거의 콜라 수준이다)
티비 보면서 앞에 크래커와 크림치즈 준비하고 홀짝거리던지
친구들이랑 오래 얘기하는 분위기로 앞에다가 촛불들을 켜고 홀짝거리던지
모양은 거의 상관 없다.
일/단/은/
많이 마셔야 한다.
오바이트 해보지 않은자 소주를 논할 수 없고,
원샷을 모르는 자 맥주를 얘기하기 어렵다.
와인도 많이 마셔야 그 맛을 느낀다. 주량은 소주와 맥주의 중간정도로 설정해 놓고 열심히 마신다.
(제 4 단계) 굳히기
이제 즈음되면 와인도 술이라는 것을 알게된다. (좋은쪽으로든 나쁜쪽으로든)
이제 싼 와인이 왜 싼지 비싼넘들이 왜 좋은지도 알게되고
와인과 함께하면 좋은 안주들과 절대로 같이 하지 않는 안주들을 안다.
이제 와인 라이프에 스타일을 매기는 단계다.
요사이 비프랑스계 3국 와인들이 인기를 끄니까
보르도나 메독을 떠나서 칠레와인을 열심히 마셔본다든지
로하같은 스페인 와인으로 달린다든지 (현재 스페인에 빠져있다)
하는 식드로 이벤트성으로 마셔서 자기 스타일을 만든다.
단, 절/대/로/
공부할 필요는 없다.
아무리 샤또 어쩌구 96년산이라도 당신 머리에 각인되지 못할만한 테이스트면 혹은 당신이 아직 그 테이스트로 각인될 레벨이 아니면 내 인연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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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을 접해서 친해져서 즐기는데까지 주변을 보면 2-3년쯤 걸린다.
와인을 즐긴다는 것은 참 즐거운 일이기 때문에 한 번추천을 한다.
(요사이 얘기)
얼마전에 와인장을 샀다죠.
아아 녀석이 넘 쿠울하게 생겼답니다.
문제는 24병이나 들어가는데 도무지 채울 엄두가 나질 안네요.
(아아- 돈이~)
뻑하면 깔레 넘어가서 몇십병씩 와인 사오던 유럽생활이 그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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