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을 왜 다니냐고 물어보신다면
“그게 뭐랄까 대외적으로 정상적인 삶을 살고 있다고 보여지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동작이니까요”
라고 말을 할 것 같습니다.
그러니까 이번 여행도 그런 것이었습니다.
회사에 인사발표들이 나고 조직들이 바뀌고 위쪽도 바뀌고 등등 왠지 성실한 부장이라면 이런 시기에 회사에 전전하면서 인사치례라든지 네트워킹이라든지를 해야만 할 것 같은 그런 상황이 이어지자 일평생 반항의 기질을 숨겨온 김부장의 반항치가 리미트에 다달았고 휘리릭 휴가를 하루 냅니다.
이렇게 막상 휴가를 내고 나니 금요일 하루는 내 것이지만 토요일 점심에 어머니를 만나기로 했고, 주일에 교회엘 가야 한다는 현실이 보이네요.
네 그렇습니다.
샐러리맨들은 회사 하나 포기하면 인생의 자유가 온다고 생각들을 하지만 막상 현실은 조금 다른 것이죠 -_-;;;
이런 모든 상황을 종합해서 정한 이번 여행지는 을왕리입니다.
예전에 (아아 그게 언젠가 -_-;;;) 친구들과 텐트를 치고 놀았던 곳이지만 인천국제공항이 생기고 나서는 많이 바뀌었다고 하더군요.
일단 호텔을 예약하고 주변을 살펴보니 온통 조개구이집들이네요.
그렇죠. 이전에 한적한 바닷가 마을은 없어진 듯합니다.
호텔에 주차를 해두고, 점심으로 조개구이를 먹었습니다.
아아- 남들이 일하는 시간에 낮술은 샐러리맨들에게는 최상의 기쁨이죠.
바람이 부는 바닷가를 걸어 다니다가 체크인을 하고 방에서 빈둥대다가 저녁으로는 연포탕에 소주를 했습니다
바닷가에는 미친듯이 바람이 불어대고 몇몇 사람들은 폭죽을 쏘아댑니다.
그렇게 거닐다가 맥주 몇 병을 들고 호텔방에 왔습니다.
내일 아침에 체크아웃을 해서 차를 몰고 어머니를 만나러 가고 나서부터는 여행이라고 부를 수도 없는 이런 짧은 여행이 필요한 이유를 생각해봅니다.
굳이 이 가까운 거리에 여행을 오면서 호텔도 잡고, 굳이 1박을 하는 것이 어떤 필요에 의한 것일까 하는 생각도 해봅니다.
요사이 늙어가는지 문득문득 지칩니다.
신나게 했던 일들이 아무 의미가 없다는 생각도 하고요.
아직까지는 다행이게도 몇 주 전부터 닥터후 60주년 기념으로 간만에 데이비드 테넌트와 도나가 나오고 러셀 데이비스의 각본으로 간만에 마음에 드는 주간 SF 드라마가 마음을 다독였습니다.
그리고 아직까지는 회사의 정치적인 메커니즘을 무시하고 휘리릭 남들은 굳이 1박까지 하지 않을 곳으로 떠나는 마음이 있습니다.
물론 예전 같으면 싸구려 숙소에 몸을 누이면서 이래저래 이야기를 했겠지만 지하에 편의점이 있는 호텔방에서 빈둥대는 것이죠.
여행의 필요성이라는 것은 마치 오늘 점심에 먹은 조개구이와 같은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생명 연장 측면에서는 아무런 차이가 없지만 보글거리면서 끓고 있는 조개살을 보면 겨울 바다를 느끼는 것이죠.
포근한 날씨의 겨울 서해바다가 하루 종일 안아주는 느낌입니다.
이래서 여행이 필요한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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