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화폐 역사

베트남도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시대에 따라 다양한 화폐가 사용되었습니다.

일단 고대에는 새로운 왕조가 설립되면 새로운 동전들이 주조되곤 했습니다.
새 왕조의 이름과 연도가 새겨진 주화를 발행하는 것은 왕위에 오른 새 왕조에게 우선순위가 되는 일이었습니다. 
이는 새로운 통치자를 대중들에게 알리고 통치를 승인하는 동시에 구 정권을 즉시 무효화하려는 목적이었습니다.
비록 주화를 널리 통용 시킬만한 원료가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도 새 시대의 중요한 상징인 주화는 여전히 주조되었습니다.

왕조들이 주조한 동전에는 그 왕조의 슬로건을 연상시키는 이름이 붙었습니다. 
베트남에서 가장 오래된 화폐는 서기 968년 딘(Dinh) 왕조가 만든 타이 빈 흥 바오(Thái Bình hưng bảo, 태평흥보, 太平興寶)로 평화와 번영을 말합니다. 
16세기에는 맥 단 쭝(Mac Danh Trung)이 철로 다이 찐 통 바오(Đại Chính Thông Bảo, 대정통보, 大正通寶)를 만들어 강력하고 안정적인 국가 시스템이라는 국가슬로건을 내세웁니다.

 

타이 빈 흥 바오 (Thái Bình hưng bảo)

 

다이 찐 통 바오(Đại Chính Thông Bảo)

 

 

베트남 역사에서는 왕들만 자신의 화폐를 발행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1521년 쩐까오(Tran Cao)라는 사람은 자신의 이름을 후세에 남기기 위해 한 가지 중요한 일을 했는데, 바로 자신의 주화를 주조한 것입니다. 4일간 주변 사람들로부터 왕이라고 불렸답니다. 으음…

대부분의 베트남 동전은 구리, 주석 또는 아연으로 만들어졌습니다. 
동전은 약 3센티미터의 원형으로 중앙에 사각형 구멍이 뚫려 있었습니다. 

네네 우리나라 이전 동전들과 비슷하져.
동양적 사상에 따라 태양과 지구를 상징하는 이 기본 디자인은 끈으로 묶기에 편리한 실용적인 목적도 있었습니다. 

딘(Dinh) 왕조가 이 동전을 도입한 후 레(Le), 리(Ly), 쩐(Tran) 왕조 모두 비슷한 동전을 발행했으며, 각자의 디자인으로 발행했습니다. 
피롱전(띠엔피롱, Tiền Phi Long)에는 왕족의 상징인 날아다니는 용이 그려져 있습니다. 
탐다전(Tam Da)에는 행운, 건강, 부를 상징하는 세 명의 노인 푹(Phuc), 록(Loc), 토(Tho)를, 우푹전(Ngu Phuc)에는 다섯 가지 행운의 기호인 푹 록 토 강 닌 (Phúc Lộc Thọ Khang Ninh) 뒷면에는 다섯 마리의 박쥐가 그려진 디자인입니다.

 

 

피롱전(띠엔피롱, Tiền Phi Long)

 

14세기에 호(Ho) 왕조는 베트남 최초의 지폐를 발행했습니다. 
더 정확히는 나뭇잎으로 만든 지폐입니다. 
나뭇잎을 잘라 간단한 석판 인쇄 방식으로 해초, 파도, 구름, 거북이 등의 문양을 인쇄한 것으로 추정합니다. 

식물성 염료로 잉크를 칠한 두 개의 조각된 돌 롤러를 이용해서 인쇄를 했다고 합니다.
기록은 남아 있지만 실제 지폐는 남아있지 않다고 합니다. 나뭇잎이니까 당연한 것 아닐까요 -_-;;

 

 

 

호 왕조 이후 화폐는 다시 금속으로 만들어졌습니다. 
용맹과 충성심을 기리는 훈장도 이 시기에 의해 만들어졌습니다. 
화폐 주화와 마찬가지로 앞면에는 연도가 적혀 있고 뒷면에는 최대 8마리까지 동물이 그려져 있습니다. 
이 중 하나에는 질주하는 말과 '천리행군'이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는데, 이는 전투에서 두각을 나타낸 사람에게 수여하는 베트남 최초의 훈장입니다.

점술가나 의술가들이 사용했던 부적 동전도 흔했습니다. 
이들 중 상당수는 표면에 네 글자가 새겨져 있었는데, 도교의 창시자 이름인 타이 투옹 라오 콴(Thái Thượng Lão Quân, 태상노군, 太上老君)이었습니다. 
뒷면에는 특정 신이나 정령이 그려져 있었고, 지금도 그 의미를 알 수 없는 신비한 문구가 새겨져 있는 것도 많았습니다.

오래된 베트남 동전 중 가장 유명한 것은 사랑을 나누는 부부의 모습으로, 국가의 번영과 그 지속성이 인간 존재의 초석이라는 동양철학을 반영합니다. 
옥루(Ngoc Lu), 동선(Dong Son) 및 기타 지역의 청동 북과 같은 다른 베트남 골동품에서도 동일한 개념이 나타납니다.


베트남 왕조는 1858년 프랑스가 베트남을 침공하면서 프랑스 통치로 대체되었습니다. 
캄보디아와 라오스까지 지배하게 된 프랑스는 1875년 인도차이나 은행을 설립하고 10년 후 최초의 인도차이나 지폐와 동전을 발행했습니다. 
지폐는 세 나라에서 모두 통용되었으며(1899년까지 베트남 북부에 도달하지 못했지만), 5동과 20동의 액면가로 발행되었고 1892년에는 1동 지폐가 도입되었습니다.

인도차이나 화폐 단위의 가치는 처음 발행되었을 때 금 0.655g으로 고정되어 있었고, 당시 미국 달러의 가치는 0.8867g이었습니다. 
노인들은 여전히 1찐(trinh 1동의 1/1000)이면 아침식사, 2수(Xu, 1동의 1/100)로 국수 한 그릇을 사먹을 수 있었던 시절을 회상하고 있습니다. 
동(Dong)은 프랑의 가치에 10분의 1로 묶여 있었기 때문에 프랑이 평가절하되면 동도 평가절하되었습니다. 

1944년이 되자 500동 지폐가 발행되었습니다.

처음에 인도차이나 은행은 지폐를 프랑스에서 인쇄했습니다. 
그러나 1940년부터 하노이의 비엔동(Vien Dong) IDEO와 타우핀(Taupin) 인쇄소(현재의 옌푸(Yen Phu)와 꾸아남(Cua Nam) 사무실)에서 100동, 50동, 20동, 1동 지폐를 인쇄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러한 화폐 통합주조 시도는 1954년 디엔비엔푸(Dien Bien Phu)전투로 끝났습니다. 

네네, 이 전투를 계기로 프랑스가 제1차 인도차이나 전쟁에서 패배합니다.
그보다 앞서 1946년 1월 31일, 호치민 주석은 베트남의 혁명 화폐에 서명했습니다. 
아직 국영 은행이 설립되지 않았고 재무부에서 지폐를 발행했기 때문에 "재무 화폐"라고 불렸으며, 이 지폐는 "호 아저씨 화폐"로 널리 알려졌습니다. 
모든 지폐에는 신임 대통령의 사진이 그려져 있었습니다.

100동 지폐의 한 면에는 호 아저씨 화폐의 디자이너인 응웬후옌(Nguyen Huyen)이 농업을 상징하는 버팔로가 그려져 있었고, 다른 면에는 생산을 상징하는 괭이를 든 농부와 건설을 상징하는 벽돌공이 그려져 있었습니다. 
후엔씨에 의하면 "지폐는 파란색, 노란색, 갈색의 세 가지 색상으로 제작되었으며, 조화를 위해 버팔로는 파란색을 사용했습니다. 그리고 당시 가장 쉽게 구할 수 있는 잉크였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라고 하네요.

 

 

 

 

 

이 지폐는 1951년까지 인쇄되었는데, 그 사이 프랑스와의 전쟁이 격화되면서 인쇄소가 두 번이나 옮겨갔고 마침내 베트남 국립은행이 설립되었습니다. 
1958년에는 더 높은 금액의 새 지폐가 발행되었고, 이 지폐는 1978년 말까지 사용되었습니다.

남부에서는 1948년부터 1978년까지 화폐가 여러 차례 교체되었습니다. 
초기에는 각 지역마다 고유한 화폐가 있었는데, 예를 들어 지폐에는 “롱쩌우사(Long Chau Sa)성에서만 유통'과 같은 문구가 찍혀 있었습니다. 
1955년, 북부로 군대가 소환되면서 이 모든 종류의 화폐는 무효화되었습니다. 
그 후 1975년 남부가 해방될 때까지 모든 남부 지방에서는 사이공 정부가 발행한 화폐를 사용했습니다.

“해방 지폐”는 국가 통화 시스템이 마침내 통일된 1978년까지 사용되었습니다. 
그 이후 1985년에 새로운 시리즈가 한 차례 발행되었습니다. 
오늘날의 20,000동과 50,000동 지폐는 1994년과 1995년에 추가되었습니다.

인쇄 품질과 디자인 측면에서 최고의 지폐 세트는 1958년 시리즈입니다. 
디자이너 중 한 명인 예술가 부이짱추옥(Bui Trang Chuoc)은 1956년 1주일 만에 지폐 디자인을 완성한 후 1년 동안 해외에 나가 있다가 돌아와 인쇄를 준비했다고 그의 전기에서 밝혔습니다. 
작가의 신원은 보안을 위해 1959년 2월에야 공개되었습니다.

 

 

 

 

베트남 화폐는 상대적으로 자주 변경되었고, 통일되기까지 어려움도 있었기 때문에 베트남 사람들이 금을 선호하는 이유가 됩니다.

그리고 요사이 베트남 고액권 화폐들은 호주에서 생산되는 플라스틱 재질입니다.
5만동, 10만동, 20만동 및 50만동 지폐들이 플라스틱이죠.
아무래도 현찰 거래가 많은 베트남 특성상 보관의 목적이 크기 때문에 이런 재질이 선호되는 것 같습니다.
현재 베트남 화폐 디자인은 아래 포스팅을 참고하세요.

 

베트남 지폐 뒷면 그림들

베트남에서 지폐는 화폐용도 외에도 이런저런 역할을 합니다. 
장례식 때 가짜 지폐를 제단에 올려놓고 불태우며, 구정마다 아이들은 부모로부터 새 지폐 한 장 이상을 선물 받습니다. 이는 자손이 부유하고 영리하며 신실하게 자라기를 바라는 마음을 표현한 것이라고 합니다.
네네, 역시나 돈은 좋은 것이죠. 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