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까 지난 금요일이었다.
“자자, 김부장 내가 출장을 간다고”
“네 잘 다녀오세염”
“그니까 사장 보고는 니가 해. 알았지?”
“넹”
그렇게 왠지 큰 똥더이리를 내게 넘겼다는 얼굴을 하시고 님하는 퇴근을 하셨다.
퇴근해서 돼지고기 여러부위를 구워서 와인과 마셨다.
이러려고 금요일 저녁 시간이라는 것이 존재한다는 그런 느낌이었다.
그리고 스스로 미리미리 와인을 비축해둔 자신을 칭찬했다.
토요일 아침에 일어나자 머엉-하다.
대충 씻고 밖으로 나가서 어머니와 점심을 했다.
생일이 다가오자 어머님이 (아마도 90% 의무감으로) 식사 제안을 하신 것이다.
MBTI가 맞지 않는 인간들의 어색한 식사시간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오는데 문자가 온다.
“아아아- 흑흑흑흑- 부장님 저 아파여”
“아니 어쩌다가?”
“몰라여. 얼굴이 붓고 이상한 수포가 올라온다고여“
”빨랑 병원을 가라고“
”다녀왔는데 스트레스성이라고 하더군여 (이게 다 보고서 빨랑 달라고 한 니 잘못임 -_-;;;). 약도 받아왔어여“
”아아 치료에 집중하고 월요일부터 당분간 재택근무 하라고“
”넹. 흑흑“
녀석과 전화를 마치고, 왠지 나가려던 계획을 접고 이런저런 집압청소를 했다.
도대체 녀석은 어쩌다가 이상한 증세가 나타난 것일까 (내 잘못은 아님 -_-;;;;;)
그렇게 주일 아침에 밝고 교회에 가서 예배를 드리고 나오는데 권사님이 부르신다.
”자자, 이거봐봐“
”이게 뭔가요?“
”그러니까 시골에서 마늘이 올라왔는데, 내가 식초에 담궈서 아린 맛을 뺀 것이지“
”아아, 그럴군요“
”여기에 간장만 부으면 마늘 장아찌가 된다고. 좀 줄까?‘
“넹”
하고 엄청난 양을 주신다는 것을 극구 사양해서 그래도 많은 양을 얻어서 집으로 왔다.
집에 돌아와서 마늘들을 얇게 편으로 썰고, 물+설탕+식초+소금+고추를 적당히 섞은 다음 (지난 포스팅 참고) 이케아에서 구입해두었던 밀폐용기(영국에선 이걸 Jam Jar라고 하는데 울 나라 말로는 정확히 뭘까?)에 채운 다음 냉장고에 넣어줬다.
이제 며칠 지나면 베트남식 마늘 절임이 되겠지.
그러니까 원래는 한국식 마늘 장아찌가 되어야 할 운명의 국산 마늘들이 더운 여름날에 내 손을 만나 베트남식으로 변한 것이다.
며칠 지나고 나면 볶음밥이 기대된다. 삼겹살도 사다가 구워볼까나.
권사님네도 좀 드려야 하나?
이윽고 주일 저녁이 되고 (아 주말은 왜 이리 빨리 가나), 파스타로 저녁을 만들고, 에어컨을 틀고, 티비를 켜고 시간을 보낸다.
잘 살고 있는 것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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