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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적거림들

디지털화 되어버린 글쓰기에 대하여

by mmgoon 2022. 10. 9.

(지난 번 비행기 안에서 쓴 글이군요. 비행기에서 쓰는 글들은 늘어지는 경향이 있네요. 그냥 올려봅니다)

 

 

예전에 그런 생각을 적이 있다.

그러니까 시원하고 건조한 바람이 부는 그런 바닷가 혹은 비가 내려오는 베트남의 식민지풍의 오래된 거실에서 타자기를 탁탁 두드리면서 글을 쓰고 있노라면 뭔가 멋진 이야기를 그려낼 있을 같다는 생각 말이다.

하지만 생각을 조금만 해보면 건조한 바닷가라든지 식민지풍 건물이라든지를 내가 얻을 있을 가능성은 매우 적다. 

 

하나의 문제는 과연 그런 상황에 놓여진다고 해도 멋진 이야기들을 써낼 있느냐 하는 것이다.

종이를 걸고 슥슥 돌려서 좋아하는 위치에 놓고, 타다닥 하는 소리를 들어가면서 기계적으로 튕겨지는 자판들을 느껴가면서 다음 종이로 다음 종이로 넘어갈 수 있을까 하는 질문이 든다.

 

이제는 의례 무슨 글을 하나 쓰려면 인터넷에 연결되어야 하고 순간마다 백업자료와 그림이 같이 있어야 논리가 전개된다.

마치 내 속에는 아무것도 없는 그런 느낌의 글쓰기랄까.

게다가 이제는 2벌식 타자기에 받침 버튼을 누르는 것도 익숙하지 않고 말이다. 뭐 그런 것이 있었다. 2벌식 한글 타자기에는.

 

글을 시작하고, 인터넷으로 찾은 자료에서 피드백을 받고, 글을 쓴다고 하면서도 몇몇 그림들을 삽입하고 (이건 논문에서나 하는 것인줄 알았다) 다시 돌아와서 쓰던 글의 중간 정도에서 몇몇 문장들을 삽입하는 일들이 이제는 내 대부분의 글쓰기인 것이다.

 

자 다시 돌아와서, 아까 꿈을 꿨던 그런 두 장소에 가서 글을 쓴다고 하고,

 

"그래도 요사이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 곳은 거의 없으니까"

 

라는 정도의 일정 수준의 합리화를 하고, 비록 인터넷 연력은 없지만 지금 비행기 안에서 처럼 맥북으로 글을 쓰면서 비록 탁탁탁 하는 그런 피드백은 없지만 어느 정도 근사한 글을 만들어낼 수 있을까?

아아 물론... 그런 곳에서 그런 식으로 글을 적는 인생이 되기에는 이런저런 그러니까 경제적인 측면도 있고, 녹녹하지 않은 상상이라는 것을 벗어나기 매우 어렵지만 말이다. 

 

좋아하는 곳에서 앞으로 나아갈 수만 있는 글을 쓴다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닐 수 있다는 그런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