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일어나 보니 추석 아침이군요.
어머니에게 전화를 드리고 커피를 내리고 머엉하고 앉아있다가
사발면을 끓여서 아침을 해결했습니다. 네, 추석엔 사발면이죠.
다시 머엉하고 있다가 왠지 추석인데 의관정제(응?)를 해야할 것 같아서 우선 샤워를 하기로 했습니다.
샴푸를 하고, 얼마 전에 주변 인간들의 강력한 권유를 받아서 구입한 트리트먼트를 (예전엔 린스라고 하지 않았던가?) 바르고 다시 씻어냈습니다.
그 동안 출근이고 뭐고 해서 후다닥 하는 마음이었지만 오늘은 뭐 할 일도 없어서 (있다가 만두만 하면 된다) 여유롭게 씻어내고 있었습니다.
'엇?'
뭐랄까,
예전에 처음 이 트리트먼트를 사용하면서의 느낌은 그러니까 샴푸로 손상을 받은 머릿결을 유분이 채워주면서 매끈거리게 만드는 그런 느낌이었다면,
오늘 시간을 더 들어셔 씻어내자 '뽀드득' 하는 그런 느낌이 드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니까,
트리트먼트 한 통을 다 사용하는 동안 녀석의 기능은 원래 '뽀드득하게 만드는 것'인데, '미끈 거리게 만드는 것'으로 잘못 알고 있었던 겁니다.
머리를 말리면서 스스로 이 나이가 먹도록 배운 것이 없다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생각해보면 어제 쓰레기 종량제 봉투 산다고 나가서 송편, 막걸리, 아이스크림, 두부는 사가지고 오면서 정작 정량제 봉투는 까먹었다는 사실도 기억이 납니다.
뭐 그렇군요. 오늘의 경험에서 배운 것들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1) 삶은 끊임없는 실패속에서 새로운 것을 배우는 과정
(2) 가끔은 시간을 가지고 뒤돌아 봐야 한다는 것
뭐 이렇게 써놓으니 바보짓 한 것을 잘 포장했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_-;;;;
결국 늙어가면서 변명의 기술만 늘어나는 것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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