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름 카메라를 몇 개 정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정작 대부분의 녀석들은 보관장에서 쿨쿨거리고 있고, 실제로 사용하는 필름 카메라는 로모 4호기 정도이다.
주말에 갑자기 로모를 만지작 거리다가 문득 필름을 끼운지 꽤 지났다는 생각이 들어서 주변 피사체에 대고 마치 열심히 남은 필름을 소진시킨다는 순수한 목적이 있는 것 마냥 로모그래피를 찍었다.
그리고 새로운 필름을 로모에 집어 넣고, 나름 연식이 있는 로모그래퍼 마냥 최대한 앞쪽에 필름부터 그러니까 반 정도만 나올 수 있는 바로 그 부분부터 첫 사진을 찍었다.
이렇게 따지고 보면, 아무리 노력을 해봐야 36장인 필름 한 롤에서 37-38장 정도 건지는 것이다.
요사이 디지털 카메라의 기준으로 보면, 말도 안되게 적은 숫자인 것이다.
그러니까 한 번 놀러가면 수백장 정도의 사진을 만들어 내는 것을 보면 원래대로라면 필름을 주머니로 가지고 다녀야 할 것만 같은데,
정작 현실은 36장짜리 필름 하나 끼워두면 몇 달이나 지나버린다는 것이다.
왠지 디지털 카메라나 폰카메라는 이거저거 마구 눌러대는 마음이 적용되지만 막상 로모 같은 필름 카메라를 잡으면,
예전에 (아아- 늙었군) 카메라를 처음 잡고, 필름을 끼우고, 파인더로 촛점을 잡던 자아가 부활이라도 해서
'장난쳐? 한 장 한 장 신중하라고!!!'
'조도를 보라고, 자자 촛점 촛점 기계를 믿지말고 눈으로'
'필름 특성을 고려해서 광원을 고려해서'
등등의 말들이 마치 머릿속에 울리는 것 마냥 한 장 혹은 두 장 정도 찍거나, 촬영을 하지 않는 등의
그러니까 예전에 24장이나 36장이 한 롤인 기준이 적용되는 것 같다.
결국,
한 롤만 현상을 맡기기 그래서 두번째 롤을 기다리는 것으로 마음을 굳혔고,
다시 필름들은 자기들만의 느린 시간대로 돌아갔다.
으음....
주말에 어디 나가기라도 해야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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