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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S Town Daily

한 도시와의 이별

by mmgoon 2021. 1. 23.




그러니까 그게 생각을 해보니 아주 오래된 이야기군요.

대학원을 졸업하고 직장을 구했는데 위치가 태어나서 가본 남쪽 보다도 더 남쪽이었던 것이었습니다.

편도 한시간반씩 지하철을 타고 출퇴근을 하기도 했었는데 결국 게으름병에 지고 말았죠.


그리고 인연이 시작된 도시가 산본입니다.

직장이 있는 도시는 너무 비싸서, 회사, 은행에 굽신거려서 겨우 전세비를 마련해서 가장 싼 단지 가장 높은 층에서 인연을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고 나는 외국으로 떠돌게 되었고,

그 와중에 회사는 U Town으로 이사를 갔죠.


결국 산본은 구경도 못하고 U Town에 전세집에 살았고,

이후 직장을 바꾸고, S Town에 전세집을 겨우겨우 구해서 지금까지 살고 있습니다.


그리고 어느 날 문득 생각을 해보니 산본에 작은 아파트가 하나 있습니다.

아무리 생각을 해봐도 그 도시로 돌아가 살 것 같지 않아서 복덕방에 판다고 했었죠.

그리고 아주 한참동안을 잊고 지내는데 며칠 전에 연락이 왔습니다.


"아아- 사장님 그 아파트 사자는 사람이 나왔다고요"

"진짜요?"

"그런데 약간 깍아달라던데요"

"아아- 어짜피 급한 것 없어요. 디스카운트 없다고 해주세여"


그래서 또다시 안팔릴 줄 알았는데 다시 전화가 옵니다.


"사장님 딜 성공입니다요"

"그렇군요"


이런 이유로 오늘 차를 몰고 예전에 신난다고 살았던 동네를 찾았습니다.

정말로 간단하게 계약서를 체결하고 잔금은 나중에 받기로 했죠.

그리고 나와서 산본 이마트에서 아마도 마지막으로 장을 봤습니다. 스테이크용 고기가 좋네요.


결국 이제 무주택 서민이 된 것을 축하하면서 산본산 소고기 스테이크를 저녁에 먹을 생각입니다.

이렇게 산본과 연결고리가 끊겼습니다.

네네 삶은 앞으로 진행하는 것이니까요 라고 하기는 하는데 뭔가 툭 하고 변했다는 느낌이 지워지지 않습니다.

뭐 그렇다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