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 그런 적이 있었습니다.
나의 영광의 가을 날은 다 지나갔다고.
그래서 더 이상은 날개 밑에 바람이 부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이제는 다른 사람들이 걸어가는 익숙한 길들을 그냥 걸으면 된다고,
뭐 이런 마음으로 살았습니다.
하지만 바람이라는 존재는 물과는 달리 변화스럽고 가끔은 장난꾸러기 같은 성격을 가지고 있는 까닭에
어느 순간 다시 시작되는 날개 밑의 바람을 느낀 것 같습니다.
물론 핑계는 있었습니다.
아니 많았습니다.
자신이 누구보다 게으르다는 것을 잘 알았고,
왠지 몸에 이런저런 문제가 생겼고,
우리나라에서 핑계로 삼기 가장 좋은 나이라는 것도 생겼습니다.
늘 생각하지만 20대에 이런 바람이 불었다면 어떠했을까 합니다.
하지만 바람은 그 10여년 뒤부터 불기 시작했고,
몇 번이나 계획과 상관없이 불어대서 현재의 이 모습을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또 바람이 붑니다.
바람이 좋은 것이라고 혹은 나쁜 것이라고 아니면 위험한 것이라고 딱 단정지어서 말을 하기는 어렵습니다.
바람은 단지 날개 밑을 간지럽힐 뿐이지 결국 그 위에 올라타는 것은 자신이니까요.
이제 조금 무거워졌고, 핑계거리들이 많아졌고, 용기가 줄었을 뿐입니다.
이번에 타는 바람은 내 날개를 어디로 옮겨줄까요.
그 곳에서 또 어떤 삶의 변화들을 맞이하게 될까요.
에궁 이렇게 마음을 정리하는 것을 보니 나이가 먹긴 먹었나 봅니다.
정신을 차리고 짐들을 츱츱 챙겨서 다시 시작을 해보렵니다.
뭐 그렇다는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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