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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U Town Daily

사무실 커피 사정



언젠가 말을 했듯이 우리 팀은 개성이 강하디 강하다.

다른 팀은 막내가 대충 아침에 커피 메이커에 커피를 내려놓으면 이걸 마시는 분위기인데,

우리 침은 원두를 가는 사람, 자기 드리퍼에서 내리는 사람, 차를 마시는 사람 등등 개인적 취향을 존중해준다.


베트남에서는 아줌마가 커피를 타다가 줬고, 이전 팀에서는 막내가 내린 커피를 간단히 먹으면 되었는데,

이 팀에 와서는 아침마다 일회용 드립 커피를 내리고 있다.


이러던 중에 팀 막내가 새로 왔고,

몇 달 적응을 하더니 어느 날


"부장님 이걸 봐보세요"

"뭔데요?"

"후훗- 그 동안 우리팀 공동 간식비, 벌금, 운영비들을 절약해서 이걸 샀어염"


하면서 내미는 것을 보니 네스프레소 머신이다.


"아아- 이걸로 커피 내리면 향기가 좋다구여"

"그렇군. 근데 이거 정작 기계값보다 캡슐 가격이 장난 아닐걸? 우리 팀 회비로 가능?"

"생각을 해봤는데여 (니가 좋아하는) 과자류 같은 걸 안사고, (니가 가끔 마시는) 다른 음료 안사면 가능할듯 해여"


결국 아침에 출근해서 드르르륵 소리를 내면서 나오는 향기로운 커피 한 잔을 즐기는 것은 좋은데,

이제 더 이상 과자도, 뭔가 집어 먹을 것도, 쥬스 등도 없는 그러니까 오직 커피에 매어달린 환경이 되었다.

그리고 오늘


"아아, 왜 이 색깔은 안드시닌 거에염?"

"아아 그건 디카페인인라고. 카페인 없는 커피는 커피가 아니지"

"난 별 차이 모르겠던데"

"넘들이 커피에서 카페인을 꺼내겠다고 무슨 화학처리를 했을지...."

"으음..."


라고 하면서 텀블러에 커피를 뽑아서 자리로 왔다.


새로 바뀐 환경덕에 강제로 다이어트라도 하는 것일까.

창 밖에는 슬슬 겨울로 바뀌어가는 풍경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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