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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U Town Daily

예상치 못했던 장소들




뭐 기본적으로 이 세계는 확률적이며 무질서한 공간의 산물이기 때문에 

비록 나름 노력을 한다고 하더라도 가끔은 예상치 못했던 장소들에 떨어지게 되는 것 같다.


그러니까 전혀 의도치 않게 일을 맡아버렸고, 이 새로운 직책 덕분에 어제하고 그저께는 광주에 있었다.

으음 광주라니....

기억을 찬찬히 되돌려보니 90년대 말에 어딘가를 가려고 광주까지 기차를 타고 와서 다시 버스로 갈아타느라 스쳤던 것이 

마지막인 도시에 그것도 새로 만들어진 것이 분명한 부분에서 1박 2일을 보냈다.

이제는 학생도 아니고 양복을 입고 수트 케이스를 끌고 말이지.


그리고 오늘 아침에 아니 정확히 새벽에 일어나서 졸린 눈을 비비면서 부산에 도착을 했다.

그것도 무슨무슨 대학교엘 말이다.

일단 도착해서 일을 한 건 끝내고, 

다시 약 2시간 30분 후에 있을 일을 위해서 커피숖에서 간단한 아침거리와 함께 이렇게 노트북을 꺼내서 글을 쓰고 있다.

낡은 학교 건물들 사이사이로 스며든 상업적인 냄새의 결과인 이 커피숍은 뭐 나름 아늑하다.


코레일에서 무슨 상이라도 안주나 싶게 요사이는 여기저기를 돌아다니고 있다.


이렇게 반복적인 일상이 아닌 상황에서는 평소에 하거나 생각들이 다가오는 것을 느낀다.


얼마 전에 개인적인 부탁을 하려고 이라크에서 같이 일하던 영국 친구에게 연락을 했었다.

평소 성격이라면 하는 것 보다 조금 더 늦게 답변을 받았고, 그저 '이젠 같이 하는 사이도 아니니' 라고 생각을 했었는데, 

뒤따라온 이메일에서 작년에 본인이 쓰러졌었고, 조금씩 천천히 회복중이라는 사실을 알았다. 


"하핫 아직 손이 맘대로 움직이지 않아서 글 쓰는데 조금 더 걸렸지" 


라는 대목에서 최근 들어서 가장 감정적이 되었었다.


신나는 음악이 나오는 사람이 거의 없는 (아아 토요일 아침이라고) 나름 넓은 커피숍이다.

아직도 기다려야 하는 시간은 꽤나 남아있고 예상치 못했던 장소인 까닭에 내게 주어진 것은 배터리를 아껴야 하는 아이폰과 지금 글을 쓰고 있는 맥북프로 뿐이다.


흐르는 시간과 공간의 무질서.

어떤 식으로 인지를 하고 나아가야 하는지 그런 생각을 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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