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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사이공데일리

책 한권을 놓고 하는 생각

by mmgoon 2005. 7. 20.




어머님이 하루키의 어둠의 저편을 보내주셨다.
봉투 안에는 달랑 책 한권만 들어있고 어떠한 글이나 편지 따위는 없지만 

아마도 얼마전에 깜빡 잊어버린 내 생일에 대한 선물일 것으로 추정한다.

오래간만에 '한글로 쓰여진 책'을 받으니 딴은 기분이 좋다.
요사이 이루어지고 있는 대부분의 독서는 PDA를 통한 일종에 전자글자를 통해서이지만 

아직은 모니터가 활자의 해상도를 쫒아가지 못했다던가 눈이 덜 피로하다던가를 넘어서 

책을 넘기는 그런 즐거움에 잠시 젖어봤다.

예의 하루키의 숨이 느껴졌지만 으음 한 단계를 올라갈 시기일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다.
책의 앞쪽에는 '하루키 문학 25년만의 획기적인 전환을 알리는 작품'이라고 쓰여 있지만서도...

하/지/만/
내용과 상관없는 얘기는...
책이 너무 화려하다는 것이다.
하드보드에 은색으로 그림이 그려져 있고,
그 위를 두터운 코팅지에 그림과 다시 타이틀이 그려져 쌓여있고,
다시 그 위를 띠벽지 같은 코팅지가 싸고 있고,
책갈피용 끈이 내장되어 있다.
게다가 폰트 크기와 상하좌우 여백이란....
타이포그라피를 생각한다지만 이건 아무래도....

물론
하루키님의 문학사에 끼친 영향을 생각하면....
하는 식으로 말하면 할 말은 없지만
소박한 페이퍼백에 간결한 폰트와 작지만 간결한 여백정도
비행기 타거나 어딜 다니거나 가방안에 '존재'할 수 있는 그런 책을 만들수는 없는 것인지 궁금하다.
부담스런 하드보드는 과연 이 책이 천년정도 가야됨을 증명하는 그런 느낌이다.

예전에 아는 일본 여자가 천으로 만든 문고 커버를 가지고 다니길래 한 번 본적이 있다.
뭐 작은 문고판을 커버하고 펜이라든가 책갈피라든가 하는 것들이 붙어있는 그런 것이었다. 부럽다는 얘기

문학사상사가 존재하기 위해서
한국인들의 평균 독서량을 고려하고, 예상 판매부수를 생각하고,
책의 단가를 따지고, 서점내에서의 디스플레이를 생각하고,

간만에 책을 한 권 선물 받으니까
생각이 많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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