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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사이공데일리

돈이란게 조금은 있어야 할 때

어머니께 이메일을 받았다.
주제는 "이번에 캄보디아 갈때 들리려 했으니 일정이 꼬여서 못들린다" 였다.
삼십몇년간을 어머니와 살아오면서 늘상 쿠울하게 살아오는 어머니지만 이런 간결한 문체에서도 그 짜증을 느꼈다.



첫째, 우리어머니는 여기 올 그것도 다음달에나 발생할 일이 이루어지지 못한다는 것을 내게 알려주는 그런 타입이 아니다.
둘째, 어머니도 나처럼 인간관계로 머리쓰는것 열라 싫어한다.
세째, 순간적으로 쫀쫀한 인간들 몇몇이 몇푼인가 하는 돈을.... 하는 시나리오가 느껴졌다.

전화를 걸었다.


"메일 받았어요"
"그렇게 됬다"
"어머니 캄보디아 가면서 카오슝으로 돌아가는 것은 미친짓입니다"
"이번엔 그 관계로 들리기가 그렇구나"
"어느 미친넘이에요?"
"알필요 없다"
"여행사 전화번호나 주세요"

잠시후 나는 여행사에 전화를 걸어서 자초지종을 들었다.
(어머니는 이런쪽으로 아주 약하다)
약 5분후 대충의 상황과 주모자가 나왔다.
약 2분후 나는 그 담당하는 여자애의 상관이란 사람과 얘기중이었다.
약 1분후 녀석은 '네네'를 연발하면서 내 말을 다 들어준다. (사회생활을 할 필요가 있다)

"어머니"
"왜?"
"어머니 표 다 캔슬 시켰어요"
"그래?"
"제가 알아서 몽땅 준비할테니까 걍 공항가서 표받으시고 호치민 오셔서..."
"시엠립에 혼자자나"
"렌트카 해드릴께염"


세상을 살다보면 돈이 있어서 참 좋을 때가 있다.
더더욱 치사항 인간이 꽤 귀찮은 위치에 있으면 그렇다.
뭐....
아이고 이번달도 적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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