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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U Town Daily

향수를 자극하는 일을 하나 했다



어제 일이다.


"어허헉 부장님"

"왜?"

"그 머시기냐 테이프 드라이브 돌리는 컴퓨터가 맛이 갔어요"

"뭐시라고? 아아, 이번 달까지 자료 복사해야 하는데"

"엉엉엉. 어떤 자극(?)에도 반응하지 않아여"

"아, 하필 이럴 때 말이지 T_T"


라고는 했지만 솔직히 나이가 12살이 넘어간 그리고 이제는 소위 회사 관리물품에서도 삭제된 컴퓨터가


"이제는 좀 쉬렵니다요"


라고 하는 것은 그리 잘못된 일은 아닌 것이다.


이 울 회사는 존재를 지웠으나 아직도 울 회사의 일을 꾸준히 하는 이  녀석은 (왠지 비밀조직같은 느낌이다) 

예전에 회사 이사할 때 버려지는 것을 냉큼 줏어서 적절한 개조를 거쳐 

스카시(SCSI, 기억이 나시는지?) 방식의 인터페이스를 사용해야만 하는 드라이브용으로만 사용하는 컴퓨터 녀석이다. 


울 회사는 존재를 모르지만 문제는 이 녀석이 없으면 우리 팀 업무중 하나가 전혀 돌아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암튼 그렇다고 회사에 다가 


"아아 그러니까요 당신들이 모르는 컴퓨터가 고장이나서요 새로 2000년대 초반 혹은 1990년대 후반 기종을 사주세염"


할 수도 없는 일이다.


결국, 한 때 용산과 청계천을 누비던 (?) 실력을 발휘해보기로 했다. (아아, 요사이 녀석들이란.... -_-;;;)


"일단 파워 봐봐봐"

"으음. 이상이 없어여"

"아아- 본체 내 책상에 올려놔바"


결국 그렇게 메인보드부터 이거저거 검사를 한 결과 (이렇게 하루가 가는구나 -_-;;;) 스카시 컨트롤러 카드가 문제인 것을 발견했다.


"아아, 차라리 메인보드가 나가지 (하나 더 줏어둔게 있다)!!!!"

"이거 어디서 살 수 있져?"

"일단 아마존을 뒤져봐 (미국 넘들 별걸 다 판다)"


물론 아마존에는 있겠지만 이걸 구매해서 한국까지 오는 동안 시간이 걸리는데 시간이 걸리는 문제가 있다.

답답한 마음에 ㅈ마켓을 뒤지는데 어엇? 이걸 파는 사람이 있다.

우리나라도 덕후들이 늙어가기 시작한다는 얘기인가. 암튼 떨리는 마음으로 잽싸게 주문을 했다.


"야야, 카드 찾아서 일단 구매할테니까  서류처리 부탁해"

"오옷 찾으셨네요. 대단. 근데 이게 구매시 입찰을 하지 않은 사유랑 중소기업 제품을 우선 구매하지 않은 사유를 어떻게 하져?"

"야! 이거 중고물품이고 더 이상 생산도 하지 않는 제품이라고. 적당히 둘러대바바"

"흑흑흑-"


이렇게 해서 오늘 중이면 지금은 간만에 휴식중인 12살 컴퓨터는 새로운 카드를 달고 1980년대에 취득된 자료를 다시 읽어대기 시작할 것이다.


이러고 있는데 알고지내는 모모 박사녀석이 메일을 보냈다.


"니가 알아봐달라는 파이톤 응용 관련해서 울 회사가 제공할 수 있는 서비스는 말이지... ....."


그러니까 얼마 전 사장님께 보고드릴때


"요사이 인공지능과 머쉰러닝이 대세이니 이쪽으로도 신경을..."


하셔서 이거저거 알아보고 있는 중이다.


그러니까 이상은 저 하늘을 나르고 있는데, 현실은 중고 스카시 카드에 울고 웃는다는 것이다.

그나저나 한 두달 전에 사달라고 요청한 어도비 아크로뱃은 왜 안사주는 거야. 정리할 자료가 산더미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