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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틀사이공/베트남 정보

동호(Đông Hồ) 마을 판화 이야기

베트남 북부 하노이와 인근에는 목판화가 유명한 마을들이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동호(Đông Hồ), 김황(Kim Hoàng), 항쫑(Hàng Trống) 등이 있습니다.


이 마을들은 목판화를 이용해서 베트남 특유의 민화들을 찍어내어서 판매를 하는 곳들입니다.

앞선 포스팅에서 돼지 민화를 얘기하면서 일부 등장했던 이름들이죠.


오늘은 이 중에 아마도 제일 유명한 동호(Đông Hồ) 판화에 대해서 포스팅을 합니다.




동호판화 혹은 민화는 베트남말로 짠 칵 호 언 지안 동호(Tranh khắc gỗ dân gian Đông Hồ) 

줄여서 짠동호(Tranh Đông Hồ) 혹은 짠랑호(Tranh làng Hồ)라고 합니다.

이 그림들은 베트남 북부 박닌(Bắc Ninh)성 동호(Đông Hồ) 마을에서 유래한 베트남 전통 목판화 그림들입니다.

현재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등재를 추진중이라고 하네요.


동호판화에서 다루는 주제들은 전통적인 미적 가치, 사회 철학, 인간의 소망 등을 담고 있습니다.

전통적으로 복을 빌거나 역사적 인물들, 전래 동화, 유명한 이야기, 사회적 이야기 등을 표현합니다.

이런 주제에 일상생활들의 요소들을 잘 첨가해서 사람들의 생각이나 소망들을 담아내는 그림입니다.

주로 사용되는 소재들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영적인 것들


-  오행 (五行, Ngũ sự), 

    



 -  12간지



복을 비는 것들


-  론단 (Lợn đàn, 어미 돼지와 젖을 빠는 새끼돼지들), 

  


-  가단 (Gà đàn, 어미 닭과 병아리들)

  


-  까쳅 (Cá chép, 잉어)

   

  


신화/역사 인물

-  바찌우 (Bà Triệu, 중국에 맞서 싸운 3세기 여전사), 

   



- 하이바쭝 (Hai Bà Trưng, 중국으로부터 독립을 쟁취한 자매)

   



-  꽝쭝 (Quang Trung, 떠이선 왕조의 2대 왕)

    



-  탄죵 (Thánh Gióng, 베트남 신화에 나오는 불사신 영웅)

   





우화와 민속 이야기


-  쮸옌키우 (Truyện Kiều, 응웬쥬(Nguyen Du)가 쓴 베트남시)

   



-  탁산 (Thạch Sanh, 18세기말에 쓰여진 베트남 소설)

    



-  타이도꼭 (Thầy đồ Cóc, 두꺼비 모양을 한 유학자). 

   


-  담꾸오이쭈옷 (Đám cưới chuột, 쥐의 결혼식)

   





일상의 모습들

-  단겐 (Đánh ghen, 질투의 장면)

   



-  흥유아 (Hứng dừa, 코코넛을 따는 장면)

    



-  다우밧 (Đấu vật, 씨름 장면)

   



-  찬쩌우토이사오 (Chăn trâu thổi sáo, 소년이 물소에 앉아서 피리를 부는 모습)

    




동호 판화 작품들은 주로 뗏(Tết, 설날)을 맞이해 구입해서 벽에 장식하는 것들이기 때문에
내용들이 유머러스 하고 긍정적이고, 맑고 밝은 색 그러니까 붉은색, 노란색, 흰색들이 주를 이룹니다.

위에 소개한 그림들 중에 베스트 셀러는 대충 론단(Lợn đàn, 어미 돼지와 새끼들), 가단(Gà đàn, 어미닭과 병아리들), 
찬쩌우토이사오(Chăn trâu thổi sáo, 물소 위에서 피리부는 소년) 등으로 새 해를 맞이해서 비와 행복과 복을 비는 뜻입니다. 

동호 판화에는 그림뿐만 아니라 한뚜(Hán tự, 한자)도 같이 있어서 그림의 뜻을 부가 설명해줍니다.

가끔 동호 판화들은 마치 병풍처럼 2개 혹은 4개가 연속으로 걸어두어 뜻을 완성합니다.
예를 들어서 빈화(Vinh hoa, 영화), 푸뀌(Phú quý, 부귀) 두개의 그림은 같이 걸어줘야 합니다. 부귀영화가 되는 것이죠.





또한 동호 판화들은 작가들이 보는 사회적, 정치적, 문화적 문제를 보고 비판하는 수단으로도 사용되었습니다.
예를 들어서 제1차 세계대전 동안에는 동호 작가들이 반민띠엔보(Văn minh tiến bộ, 文民進步, 문화시민의 진보)라는 4장의 판화를 만들었는데
이를 통해 프랑스인들 처럼 옷을 입고 행동하는 베트남인들의 모습을 그려내서 비판하는 수단으로 사용하였습니다.





동호 판화는 하노이에서 35km 정도 떨어진 박닌(Bắc Ninh)성 등(Đuống)강 왼쪽에 자리잡은 동호(Đông Hồ) 마을만의 특산품입니다.

이 동네 기술자들은 판화를 위해 스스로 제작한 자이 디엡(giấy điệp) 종이와 자연재료로 만든 물감을 사용합니다.

자이 디엡 종이를 만드는 방법은 베트남 전통의 도(dó) 종이와 같은데 뚜엔꽝(Tuyên Quang)성에서 주로 자라는 도나무의 껍질을 벗겨
물에 수 개월 담가둔 다음 소디엡(sò điệp)이라는 조개껍질의 가루와 찹살 가루를 섞어서 종이로 만듭니다. 
사용되는 조개 이름을 따라서 자이 디엡이라고 부른다고 하네요.
조개가루와 쌀가루가 들어간 종이는 이국적 느낌의 반짝임이있고, 오랫동안 색을 보존할 수 있다고 합니다.

물감의 경우 붉은색은 티엔타이(Thiên Thai)산에 붉은 자갈로부터, 검은색은 대나무 잎사귀를 태워만든 숯으로 만든다고 합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물간들은 오랜 세월 보존이 가능하다고 합니다.

인쇄는 색깔별로 수작업을 통해 목판화를 새긴다음 이를 여러번 찍어서 합니다.
네네, 다른 목판화와 같죠.
인쇄가 된 종이는 호넵(hồ nếp)이라고 불리는 쌀죽으로 코팅을 해서 오래 가도록 처리를 하고 말린 후에 판매를 합니다.
예전에는 설날 인근에 판화를 팔기 위해서는 6-7개월 전부터 판화작업을 시작해야 했다고 합니다.





동호 마을 사람들에 의하면 이 동호 판화는 리(Lý)왕조 시절인 11세기까지 거슬러 올라간다고 합니다.
하지만 학자들은 동호마을에서 인쇄를 한 것인 레(Lê)왕조의 레킨똥(Lê Kính Tông, 1600–1619년)왕 때부터 라고 합니다.
원래 동호 판화는 흑백으로 만들어지다가 15세기부터 컬러로 바뀌었다고 합니다.





1945년 이전까지 동호 마을의 150세대 이상이 이 판화그림을 만드는 일에 종사를 했지만 현대화가 되면서 급격하게 쇄락했답니다.
현재에 주요 소비자는 관광객들이기 때문에 더 이상 판화를 팔아서 살기 어렵게 되었다고 하네요.
게다가 저렴하게 마구 찍어내는 가짜들이 판을 치기 때문에 이제는 몇몇 가정들만이 판화를 만들고 있답니다.


나중에 하노이 놀러갈 기회가 있으면 한 번 구입해봐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