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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사이공데일리

천둥 번개의 주말

by mmgoon 2018. 5. 21.




막상 떠난다는 결정이 내려졌지만 게다가 개인적으로는 엄청난 다시 한 번의 변화일 수도 있지만

일상의 삶이라는 것은 끊임없이 '일상적인 의무'라는 것을 요구한다.

뭐 이렇게 어려운척 쓰기는 했지만 요는


'곧 떠난다고 해서 누군가 대신 장을 봐주거나 밀린 빨래등을 해주지 않는다'


라는 것이다.


결국 내일 모레 정도에 남극으로 대탐험을 떠난다고 해도 

오늘 수퍼에서 우유를 사오지 않는다면 밀크티를 마실 수 없다는 것이 삶의 실제 모습인셈이다.




금요일 오후가 되자 아직은 서먹한 새로운 팀원들이 열성적으로 결재를 올린다.

왠일? 

하면서 봤더니 월요일 월차를 사용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한국은 석가탄신일이 있어서 월요일에 휴가를 내면 나름 연휴가 생기는 것이다.


"이것들이!! 당신 팀장은 일을 하자낫!!! 월차 따윈!!!"


뭐 이런 식으로 말을 해볼 수 있었으나 현실은 휘휘휫 결재를 해줬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와서 냉장고를 열어보니 처참했다.

그러니까 그 동안


'아아- 난 더 이상 이 나라에 살지 않는다고~'


따위의 정신으로 일상을 방치한 당연한 결과였다.

돌처럼 냉동된 영국식 소시지를 구워서 저녁으로 먹었다.




토요일 아침은 요사이 여느 아침처럼 맑았다.

이제는 우유뿐만 아니라 커피 자체도 떨어졌다는 현실을 바라다보면서 머엉하고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는 얼마 전부터 시작한 다이어리 스캔 작업을 조금했다.

그러니까 다이어리 광인 본인은 그 동안의 다이어리들을 다 모아두고 있었는데 아마도 새로 이사갈 집의 규모를 고려해보면

녀석들을 들고 갈 자신이 없어서 느릿느릿 디지털화를 진행중이다.

딴은 이 작업이 재미있는데, 워낙 단순노동을 즐기기도 하고, 

꼭 스캔하는 동작이 피타 빵에 치즈를 끼우고 그릴로 누르는 그런 느낌이 난다.


단순 노동이 지쳐갈 때 즈음 대충 옷을 떨쳐입고, 조금 큰 수퍼에 가서 떨어진 식료품과 생활용품들을 구입했다.

덕분에 냉장고에는 계란과 우유와 야채들이 생겼고, 찬장에는 라면들이 채워졌고,

샴푸와 섬유유연제가 세탁실에 놓여졌다.


그리고 빨래를 베란다에 내어놓을까 생각하는 순간 하늘이 어두워지는 것을 봤다.

빨래는 거실에 두고 다시 스캔작업을 했다. 단순노동의 즐거움이랄까.

저녁으로 라면을 끓여 먹고 창밖을보자 정말 열대우림기후에서나 봄직한 천둥과 번개 그리고 비가 내린다.

평소와는 다르게 5시간 이상 지속된 번개와 천둥을 바라보고 잠이 들었다.




주일 날은 교회에 다녀와서 왠지 이번에는 한국에서 했을 것 같았던 이발을 했다.

짧아진 머리를 하고 집에 와서 조금 쉬다가 몸담고 있는 조직에서 주최(?)한 환송회엘 다녀왔다.

결국 12시가 훨씬 넘은 시간이 되서야 집으로 돌아왔고 (아아- 이 조직 -_-;;;)

바로 잠에 빠졌다가 일어나니 오늘 아침이다.

흐린 하늘 아래를 걸어서 회사에 도착을 하자 이런저런 일들이 터지기 시작을 한다.


"아아, 육상에선 멀쩡하던 장비가 해상에서 작동을 안해여"

"붉은 토끼넘들이 배신을 한 것 같아여"

"오늘부터 감사 시작이랍니다"




결국 이런 식으로 사이공 일상으로 복귀했다. 응?

아아,

이 일상이 부담스러운 전이의 시기의 적절한 삶의 기준이 필요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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