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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사이공데일리

간만에 시장엘 가다

지난 번 포스팅에 언급했듯이 이제 집에는 더 이상 양파가 없었죠.

게다가 마늘도 떨어지고, 야채들도 없고, 과일들도 없고 등등

어제도 1층 수퍼에 가봤지만 양파는 들어올 기미를 보이지 않고, 마늘들도 까기 완전 귀찮은 조그마한 녀석들만 있습니다.


아침에 일어나서 커피를 한 잔 하다가 더 이상 이런 식(?)으로 살 수는 없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결국 모든 귀찮음을 극복하고 옷을 떨쳐입고 간만에 시장엘 갔습니다.

생각을 해보니 정말 간만에 시장을 오네요. 그 동안에 게으름으로 인한 생활을 돌아보게 됩니다.


이렇게 간만에 시장에 왔음에도 불구하고 시장에 아줌마들은


'앗, 저 귀 펄럭임이 쉬운 한국녀석이 간만에 왔군'


하는 눈초리로 저를 바라보면서 여기저기서 불러댑니다.


"안킴오이 여기여기. 조개 좀 사가"

"아아, 까지 않은 녀석으로다가 주세여"


"이거 전에 먹었던 생선인데 오늘 물이 좋네"

"으음. 1kg만 주세염"


이렇게 생선 섹션을 돌고 과일 섹션으로 향했습니다.


"이것 중국건가여?"

"무슨 소리야. 달랏산이라고!!!"

"글쿤여. 2kg만 주세여"

"오우케이"


일단 이렇게 생선, 과일 섹션은 휙휙 통과해서 오늘의 메인인 야채코너로 접어들었습니다.



순무가 괜찮아 보이네요. 석박지를 담글까 고민중이었죠.


나의 사랑 옥수수도 보이네요. 이거 넘 맛있는데.


정면에 노란 비닐에 담긴 녀석이 1쪽 마늘입니다. 사용하기 편하져.


아아- 양파가 저기 보입니다.



원래 다니던 아줌마네를 갈까 지난 번에 물건이 좋았던 처녀네로 갈까하는데 순발력 좋은 야채처녀가 아는 척을 합니다.


"아아- 넘 오랫만이라구여"

"아아-"

"뭐 사시게여?"

"이 양파 (오오 주여 양파가 있습니다!!!) 중국건가여?"

"무슨!!! 달랏산이랍니다. 우리는 중국제 취급 안한다구여"

"일단 1kg 아니 2kg 주시구여"

"넹"


이렇게 시작된 충동 구매는 이윽고 단단해서 맛이 좋은 순무, 까기 쉬운 마늘, 감자, 옥수수, 마늘쫑, 검은 토마토 등등을 구입하게 됩니다.

서비스로 쪽파도 얻었답니다.


쌓여가는 야채들. 순무, 감자, 마늘, 마늘쫑과 검은 토마토입니다.


여기에 옥수수가 추가되져


포장하기 시작하는 야채 처녀



결국 흥분해서 구입한 야채, 과일, 생선 등등을 한 아름 들고 낑낑거리면서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양파, 감자, 마늘은 야채 바구니에 넣어두고, 나머지 야채는 냉장고로 보냈습니다.


야채 바구니가 간만에 그득합니다.



옥수수는 바로 삶고 있습니다. 

베트남 옥수수는 참 맛있습니다. 덕분에 시장에 갈때마다 사가지고 옵니다.

개인적인 팁으로 옥수수를 한 번에 다 쪄서 일부 먹고 나머지는 냉동고에 얼려두었다가 간식용으로 전자렌지에 돌려 먹으면 맛있습니다.


옥수수 6개가 삶아지고 있습니다. 후후


오오- 옥수수의 자태.



그나저나 여전에 비하면 물가가 많이 올랐네요.

뭐 그래도 냉장고가 그득하니 마음이 다 푸근해집니다.

게다가 간만에 풍족하게 양파를 (2kg나 샀다죠) 먹을 수 있어 기쁜네요. 

왠지 보람찬 주말을 보내는 듯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