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먹고 돌아와 책상앞에 앉았는데 메일이 하나 와있다.
'아아, 이번 주에 하려던 성탄트리 점등행사는 뭐랄까 이런저런 이유로 인해서 다음주 수요일로 연기되었답니다'
우리 아파트에서 주민들에게 보낸 단체메일이다.
그러고 보니 어젠가 출근하는데 관리사무소에 짱이
"미스터킴도 점등행사 오실꺼져? 그것 때문에 노래 연습하느라고 넘 힘들어염.
글고 점등행사 할 때 수재의연금도 모을테니 부탁드려염"
이라고 말했던 것도 기억이 났다.
평소에 주민들이 이런저런 불만을 얘기해도 별로 반응이 없으며, 다른 아파트들은 일년에 한 번씩이라도 입주민을 위한 행사도 하고 그런다던데 그런 것 따윈 모르는 울 아파트가 전력으로 신경쓰는 행사는 설날 하는 라이언 댄스와 (이건 목숨을 거는 수준) 온 직원이 노래를 부르는 이 성탄트리 점등행사다. 정작 크리스마스에는 별 것 없다는...
이렇게 이메일을 받고 생각을 해보니 나도 슬슬 우리집 크리스마스 트리도 설치해야 하고, 올 해도 어김없이 주변에 아는 인간들에게 성탄 축하 이메일을 돌려야 한다.
그래서 점심시간에 인터넷으로 '성탄 카드 도안'을 찾아봤다.
뭐 이것도 괜찮고 저것도 괜찮고 하고 보고있는데 매년 나오는 고민들이 또 시작된다.
- 일단 지금 있는 나라가 공산주의이고 성탄이메일을 받는 인간들 중에 일부 당원에 정부인사들이 있다.
- 게다가 중동에서 나름 일을 했던 적이 있어서 친구넘들 중에는 상당수에 무슬렘이 있다.
- 일부 아는 인간들 중에는 이런저런 개인사로 인해 성탄절이 별로인 인간들이 있다.
- 처절한 무교 혹은 반종교 성향을 띄는 인간들도 있다.
- 이메일을 받는 나이대가 20대에서 60대까지 분포한다.
- 일부 모시는 님하들도 있다.
- 목사님들과 장로님, 권사님 등등도 계신다.
그러니까 성탄 이메일을 작성하되, 너무나 심한 종교색은 지양하고 (야야- 성탄절 자체가 종교적이라고!!), 뭐랄까 사랑과 화합의 의미를 강조하지만, 그렇다고 산타할아버지나 등등 상업주의적 성향에 머물러서는 되지 아니하고, 다양한 연령대가 만족하는 디자인에, 너무 세속적이지도 않으면서, 따뜻한 베트남에서 맍이하는 성탄의 느낌을 담뿍 표현하는 그런 것을 만들어야만 된다는 쓸데없는 생각이 머리에 한 가득하다.
뭐랄까 엄청난 디자이너라고 하더라고 나름 고민을 할 주제를 놓고 알량한 인간관계를 위한 개인적인 성탄 이메일 도안에 geologist가 너무 에너지를 쏟는다 싶어 (관심을 잃었다는 표현이죠)
'아 12월에 고민하련다'
하고는 커피를 한 잔 하기 시작했습니다.
벌써 11월 중순이고 다음 주에 뀌년에 다녀오면 11월도 대충 다 가는 그런 분위기가 벌써 되었네요.
아이고 정신 차리고 살아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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