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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사이공데일리

몸에는 고기가 좋지

by mmgoon 2016. 7. 4.




"이게 뭐야?"

"아, 부장님 본사에서 그러니까 그 동안 눈치보느라 하지 못했던 체육의 날 행사를 하라고 공문이 왔습니다"

"그럼 정말 해도 되는 건가?"

"넹"


이런 식으로 뭔가라도 좋으니 체육의 날 행사를 하라는 지시를 받았다.


해외사무소의 특성상 휴가를 거의 사용하지 못하는 상황이라 나름 인사팀에서 뭐라뭐라 한 소리를 들었고 (뭐랄까 휴가를 너무 안쓰면 문제가 된단다) 이번 체육의 날까지 무시했다가는 아에 인사처장님이 날아올 기세였기 때문에 이번에는 꼭 해야 한다는 충고도 들었다.


결국


"암튼 이래이래서 체육의 날 행사를 한단다"

"와아!!!"

"예산은 이 정도니까 알아서 계획을 짜봐봐"

"넹~"


간만에 직원들의 활기차고 열띤 토론의 현장을 바라보면서 그 동안 저유가라고 너무 우울한 분위기였다는 생각을 했다. (이것들이 일을 이렇게 하란말야 -_-;;;;)


암튼, 몇 시간 후


"자자, 미스터 킴. 몇 가지 옵션으로 추려봤어염. 골라주세여"

"그래 뭐야? 볼링? 페인트 볼?"

"아아아아- 요사이 비가 너무 와서 페인트볼 했다가는 뻘밭에서 난리난다구여. 글고 볼링는 단가가 있어서...."

"그래서?"

"일단 크게 해산물과 염소고기 그리고 바베큐 3파전이에염"

"운동은?"

"아아아아아아- 부차적인 문제이니 신경끄세염"


일단은 요사이 바다 오염이 문제이니 해산물은 포기, 글고 염소고기는 지난 번에 먹었으니 바베큐가 어떤지 물어봤다.


"아시는데 있어여?"

"아아 Ut Ut BBQ라는 곳이 있지"


잠시 후 모여서 인터넷을 뒤지던 무리들이 돌아왔다.


"아아- 그 곳 단가가 있지만 어떻게든 예산으로 될 것 같아여" (내가 가고싶으니 돈은 문제가 아니다)

"역시 몸에는 좋은 술과 맛난 고기져" (운동 따윈 개나 줘버려)

"미스터 킴이 추천하니 그쪽으로 가여" (돈이 부족하면 니가 내겠지)


이런 식으로 장소가 결정이 되었기에 뭐랄까 원초적인 문제를 물어봤다.


"근데 체육의 날인데 뭔가 운동의 증거가 필요하지 않을까?"

"아아- 그 문제도 해결했져"

"뭐?"

"그러니까 내일 고기집으로 출발하기 전에 모여서 5층 볼링장 앞에서 단체사진을 찍는 것이죠"

"아아- 그렇군"

"볼링과 고기 둘 다는 예산이..."

"아아-"


역시나 우리 팀은 술과 고기를 좋아한다는 생각을 했고, 

볼링장 앞에서 사진을 찍을 때 뻘쭘할 것 같다는 생각도 했고,

어떻게든 소장님을 참석시켜 공범을 만드는 것이 안전하다는 생각을 했다.


이런 생각을 하는데 엇그제 페인트볼을 하고 온 옆에 팀에 투가 지나간다.


"야야 투- 페인트볼 어땧어?"

"아아아- 말도 마세여. 완전 뻘밭이었어염. 샤워실도 없었다구여"

"그래?"


뭐랄까 우리쪽 행사가 더더욱 좋아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