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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사이공데일리

그래서 주일 저녁에서야 드는 생각들

by mmgoon 2016. 6. 19.




"그래 잘 지내고 있어?"

"넹"


문득 몇 년 전에 두바이 아파트에서 있었던 상황인 것 같은 데자부가 들었다.

이런 식으로 방에서 단촐한 음식과 상대방이 선곡한 음악을 들으면서 와인을 마신게 

도데체 얼마나 지났었나 생각을 하면서 별 시덥지 않은 이야기를 하면서 출장의 마지막 밤이 지나고 있었다. 


그리고 아침에 일어나니 집에는 일주일 동안 밀린 빨래와 출장 동안 몰린 빨래와 

어제 운동 다녀온 빨래 즉 내가 입을 수 있는 대부분의 옷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다.


간만에 운동으로 아픈 몸을 추스려서 짐들을 정리하고, 

빨래를 돌리고, 

커피를 한 잔 하고 머리를 돌리자 간만에 만난 분은 공항이라고 문자가 왔고, 

밖에는 평소와는 다르게 비가 시작되고 있다. 


해장을 겸해서 라면을 끓여 먹고 이메일들을 체크하고 방을 정리하자 빨래가 1차 끝나서 널어주고, 

다음 빨래를 돌리고 옷을 입고 밖으로 나와 양복 바지들을 세탁소에 맡기고, 

흐린 하늘 밑을 걸어서 수퍼에 들려 키친타월과 과일들을 사서 

하나 밖에 운행하지 않는 (또 고장이냐?) 엘리베이터를 타고 집으로 돌아왔다. 



한 달만에 다녀온 하노이를 생각한다.

불편한 사람들을 모시고 간만에 저쪽에 높은 사람들과 만나는 그런,

그렇다고 이번 출장을 통해 완벽하게 해결이 나지 않을 것을 잘 아는 그런 출장이었다.


그래도 간만에 호치민에 비해 투박하다고 해야하나 직설적이라고 해야하나 그런 하노이식 음식도 즐길 수 있었고, 

늘상 걸어다니고 싶은 하노이 구시가도 차를 타고 잠깐 볼 수 있었다.

영국에서 논문을 쓰면서 수도 없이 언급했었던 홍강과 그 옆에 있는 서호를 한참 동안이나 볼 수 있었다. 

수 백 킬로미터의 주향이동 단층을 품고 있다는 것을 생각하지 않아도 홍강은 뭔가 사람을 끄는 것이 있다.









그리고 돌아온 호치민시는 더웠다.

돌아오자마자 (금요일 오후에 돌아왔다) 줄줄이 이어지는 행사가 그러니까 어제 밤 12시가 다 되어서야 끝난 것이다.


"야- 씨- 나랑 바꿔"


라는 말을 들으니 외국에서 사회생활의 아주 많은 부분을 살다가 한국으로 돌아가면 외국에서 살던 때를 그리워할 것이라는 마음이 다시 한 번 들었다.


아직은 더 달려야 할까.

한국은 그렇게 다를까.

뭔가 다음 단계에 대한 생각을 해야하지 않을까.


거실 한 구석에는 빨래들이 아직 말라가고 있고 (아아- 밤새 말려져야 할텐데), 아직 별로 배가 고프지 않고, 

왠지 음악을 듣고 싶지 않아서 티비를 틀어놓고 있고, 약간은 감정적이 된 것 같은데 

마음은 기쁘지도 슬프지도 않고, 시간이 빨리 가는 것도 천천히 가는 것도 별로 상관이 없다.


이런 저런 생각이 흐르는 주말 저녁이다.

스팸이라도 구워 먹을까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