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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사이공데일리

반복적인 주말 풍경

by mmgoon 2015. 8. 16.


뭐랄까 이번 주말은 지난 주말과 거의 거울상처럼 거의 똑같은 그런 주말이었다.


그러니까 토요일 새벽에 일어나서 운동을 가고 운동 끝나고 같이 운동한 사람들과 막걸리에 점심을 하고 집에 돌아와서 자다가 

일어나서 저녁 겸 해서 바에서 맥주를 먹고 들어와서 자다가 

일요일 아침에 일어나서 교회 갔다오면서 장보고, 

비가 줄줄 내리는 오후를 바라보다가 복면가왕을 보면서 저녁은 배달 음식으로 때우면서 블로그에 올릴 글을 쓰고 있다.

 

그러니까, 누군가가 내 인생을 모니터링하고 정리하고 있다면 (뭐 SF 영화에 나오는 것 처럼 말이지) 

약간 영악한 녀석은 약삭빠르게 어제 보고서를 복사-붙여넣기 해서 쉬운 하루를 보낼 수 있을 것이고, 

약간 멍청한 녀석은 열라 보고서를 쓰면서 ‘어? 이거 기시감인가?’ 하면서 

어제와 비슷한 내용을 작성하고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이런 상황이 문득 인식되자 도데체 지난 주의 삶과 이번 주의 삶을 구분하는 것이 무엇일까 곰곰히 떠올려 봤다.

으음…

도무지 쉽사리 떠오르지 않는다.

 

뭐 이렇게 빨래나 개려 나가는데 문득 지난 주말과 확연한 차이를 보이는 녀석이 눈에 들어온다.

그 녀석은 바로….


 




지난 주에 화분으로 옮긴 고구마 녀석이다.

 

아니, 원래 이 종자가 이런식으로 빨리 자라는 것이었답니까?

이건 식물임에도 불구하고 매주매주가 아닌 매일매일이 다른 얼굴을 보여주고 있다죠.


 





솔직히 (대충대충) 심을적에는 ‘죽지만 마라’ 라는 심정이었기 때문에 

이런 식의 놀라운 발전(?) 혹은 생육을 보여주는 녀석에게 매일 놀라는 그런 요즈음이다.






 

그나저나 내일하고 모레 붕타우 출장인데 녀석은 과연 이틀 동안 물 한 모금 주지 않아도 이런식의 성장을 보여줄까 생각을 하는데…


혹시나

마치 수 많은 B급 영화에서 처럼 출장을 마치고 집에 돌아왔더니 

녀석이 엄청나게 커져서 집안에 있는 모든 음식을 먹었음에도 허기가 져서 불쌍하게 피곤에 지쳐 출장에서 돌아온 김씨를 노리는…

 

뭐 이런 식으로 진행될 수 있다는 생각도 든다.

 

그러니까 이번 포스팅의 주제는 ‘꼴랑 고구마가 자란 것 이외에는 큰 변화가 없는 삶을 사는 김씨’ 정도인 것인가?

 

혹은

 

‘이번 달 말에 계획되어 있는 한국방문 동안 이런 식으로 잘 자라는 고구마를 위한 뭔가의 대책을 세워야 하지 않을까?’

 

정도가 될 것인가.


으음….

그나저나 내일은 새벽부터 출장인데 빨리 잠이나 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