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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사이공데일리

고구마를 심다

by mmgoon 2015. 8. 10.


그러니까 지난 번에 수퍼에서 감자, 양파 등등과 함께 고구마를 구입했다죠.

그러니까 원래의 계획은 심심할 때 오븐에다가 구워서 먹으려는 것이었으나 이런 저런 식으로 삶이 바쁘다 보니 (네네, 열심히 일하고 있습니다 사장님 믿어주세요) 깜빡 녀석의 존재를 있고 있었답니다.


이런 이유에 뭐랄까 따뜻한 베트남 기후의 특성상....

싹이 났습니다.

뭐 옆에 있던 감자녀석들도 싹이 났었기 때문에 '뭐 별 일이야 있겠어?' 하는 마음으로 그냥 방치를 했었습니다.


그러다가 지난 주 정도에 녀석을 다시 바라보니, 

이건 다순한 싹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커져버렸고, 

싹들을 쓱슥 없앤다음에 군고무마를 해먹기에는 싹들이 뭐랄까 완벽한 식물의 형태를 취하고 있었습니다.


너무 식물스러워진 관계로 공연히 마음이 약해져서 한 주 정도 방치했다가(?) 오늘 수퍼에서 흙과 일종의 화분과 원래는 작은 접시로 설계되었던 화분 받침대를 구입했습니다.


역시나 흙과 화분을 구입하는 것은 쉽지 않았습니다. 

아마도 흙으로 추정되는 물건은 있었지만 어디에도 영어 한 마디 쓰여있지 않았고, 직원들은 외국인인 나를 보고 슬슬 눈을 피했습니다. 

결국 화분에 흙을 넣는 퍼포먼스(?)를 펼치고서야 흙을 구입할 수 있었답니다. 

비가 줄줄 내리는 호치민 길거리를 지나서 집으로 왔습니다.

사온 물건들을 대충 정리하고 잡지를 뜯어서 바닥에 깔고 고구마를 화분으로 옮기는 작업을 시작했습니다.


작업 개시!!





의외로 녀석들의 싹은 많은 줄기들을 만들어냈고, 구입할 때 싸주는 노란 망과 엉겨있었습니다. 







덕분에 15분정도 가위와 칼을 들고 낑낑 거리면서 노란 망을 제거하는 작업을 해야 했습니다.

겨어우 망을 제거하고 (2개 싹이 이 과정에서 운명을… -_-;;;) 고구마들을 화분에 담고 흙을 넣고, 물을 살살 뿌려줬습니다.


뭐랄까…

나름 귀여운 화분이 하나 완성이 되었습니다.







과연 녀석들은 새로운 환경을 좋아하면서 계속적인 성장을 이루어낼 수 있을까요?

아니면


“아아, 이전에 흙이 없던 때가 더 좋아다구요”


하면서 홀연히 쓰러져 버릴까요?

모쪼록 녀석들… 굿 럭입니다. 네, 뭐 인생이란게 다 그렇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