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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사이공데일리

소소한 대회엘 다녀오다

by mmgoon 2015. 5. 25.






금요일, 한참 정신이 없는데 카톡이 온다.


"야야, 내일 올꺼지. 빠지지마라"

"아아- 반반이야"

"시끄러. 이번에 빠지면 조직의 싼맛을 보게 될 것이고 무엇보다 동기가 딸랑 3명이라구!!! 빠지면 안대"

"도데체 무슨 조직에 이 나이에 끝에서 4번째야!!"


라고 외쳤지만 오늘은 조직(?)의 회장님이 바뀌는 중요한 날이어서 다음날 아침 주섬주섬 짐을 챙겨 경기장으로 향했다.


"아- 여기에염"

"오오. 수고가 많아. 저쪽에 아가씨들이 모여있길래 그쪽이 접수인줄..."

"아아 모든 분들이 그러시고 계시져. 그쪽은 다른 모임이... -_-;;;;"

"역시나... 이 조직은 여자회원이...."

"그렇죠 22세기에나 들어오려나 봅니다염"

"여기 회비"

"감사합니다"


이렇게 등록을 하고, 옷을 갈아입고 경기장으로 향했다.


"자자, 선후배님들 이쪽으로"

"아셨죠? 하나 둘 셋 하면 화이팅 외치시는 겁니다!!!"


물론 열라 부끄러웠지만 감히 반항할 위치가 되지 못해서 (흑흑-) 화이팅을 외치면서 80년대 스타일로 단체 사진을 찍었다.

그리고 막상 경기를 시작하려고 하니.... 너무 덥다.


"허억- 이 온도에 꼭 운동을 해야하나여"

"이것들이 돈을 절약하겠다고 가장 싼 시간을 잡은 거냐?"

"아아- 내가 17년 살았는데 오늘이 최고인듯"

"늙은이들을 열사병으로 죽게해 조직을 와해시키려는 시도냐? 오늘 쿠테타 있을듯"

"물 말고 맥주가져오란 말야"


등등의 대사들이 난무하면서 장장 4시간반의 경기를 마무리했다.

샤워를 하는데 온 몸에 물들이 다 빠진 느낌이다.

그러나 거의 막내에 가까운 위치를 확인하고는 잽싸게 씻고 저녁식사와 행사가 열리는 곳을 향했다.


도착을 해보니 막내들 그러니까 90년대 학번들이 미친듯이 일을하고 있다.


"아아, 형님 도와주세염. 너무할게 많아여"

"이것들이... 야 90년대 학번들 다 어찌된거야. 이것밖에 안오고. 주글래?"

"흑흑- 죄송해염"

"글고 2000년대 학번들은 아에 졸업생이 없어? 지난 15년간 뭔 일이 있었어? 왜 신규회원이 나보다 늙었어!!"

"몰라염. 저도 40 넘으면 이런일 안해도 되는줄 알았다구여"

"야야 잔소리 말고 형님들 오시기 전에 빨랑 옮겨놓자구"


이런 식(?)으로 식장이 준비되고, 형님들이 착착 들어오셨다.

그리고는 회장님의 개회사가 이어진다.


"자자, 그러니까 오늘 참석해줘소 고맙고여... 아- 형. 회장인 내가 얘기하자나!!"

"야- 그만 떠들고 시상식부터 해바바"

"야야- 회장 얘기하는데 가만이 있어"


이 후로 그러니까 베트남에서 이런저런 일들과 공장들을 운영하고 있는 선후배동기들이 가져온 소소한 선물들을 시상하고 

제비뽑기해서 나누면서 간간히 막대한 양의 술을 들이키는 행사가 2시간 정도 이어졌다.

이 와중에 총 6대접의 막걸리를 원샷해야 했으며 (그것도 시간제한이 있었다) 셀 수 없는 맥주를 마셔야 했다.


이렇게 정신이 거의 혼미해질 즈음에 회장님이 또 한 마디 하신다.


"네네. 그 동안 감사했고요. 이번에 한국에 들어가게 되서.... 암튼.... 야- 조용이 해바바..... 

그런 이유로 이제는 뭐랄까 젊은 피가 이 조직에 수혈되어야 한다는 생각이... "



이런 이유로 인해 드디어 우리 조직도 파격적으로, 일부 너무 어리지 않느냐는 의견도 있었으나, 

50대면 그리 어리지도 않다는 의견을 받아들여 82학번 형님이 회장으로 선출됬다.


이윽고

회장 축하와 기존 회장 송별을 위한 음주와 가무가 이어졌고, 어찌어찌 집으로 돌아왔다.




다음 날 아침에 일어나보니....


집안이 난장판이다.

주섬주섬 정리하고 어제 받은 선물들을 꺼내봤다.


일단 수건이 하나 (행사는 수건이져)

껌 한 통 (베트남에 새로 수입된다네요. 신기하게 한 알씩 나오는 메카니즘이져)

나무 주걱세트 (이게 젤로 유용합니다)

3세 이상이 사용할 수 있는 나무 블럭세트 (이건 직원 줬습니다)

ㄴ사 납품되는 손가방

양말 1컬레


이 포스팅의 주제는 아직도 베트남 어디메에서는 뭐랄까 향수를 자극하는 소소한 대회가 열리고 있다는 겁니다.

그나저나 요사이 베트남 날씨가 이상하리만치 덥군요.

덕분에 일요일에는 꼼짝없이 집에서 쿨쿨거려야 했다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