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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다닌 이야기/베트남

무이네 수학여행기

by mmgoon 2004. 8. 26.




"자 여기에 사인을 해요"

"이게 뭔가요?"


후엔새임이 내민것은 '베트남어 증진을 위한 수학여행' 참가 신청서였다.

저번에 코코넛밭을 헤매고 죽을 고생을 한 수학여행이 생각나서 머뭇거렸지만 


"뭐 그럼 달리 할 일이 있나요?"


라는 질문에 제대로 대답도 못했고 (제길 이넘의 인생 -_-*), 

요사이 수업을 게을리한 까닭도 있었고 등등을 고려하여 간다고 하고 회비를 냈다.


금요일 수업을 마치고나자 새임이 물었다.


"자 현준, 이제부터 뭐할꺼에요?"

"하하 뭐하기는요. 금요일 저녁인데 이제부터 놀아줘야지요!!!"

"저어기. 잠깐!!!" 


후엔새임의 독기어린 눈초리와 잔소리에 밀려 금요일저녁 냉장고에 있는 맥주로 겨우 달래고 잠이 들었다. 흑흑


토요일 새벽 리셉션에 린오면 청소만하고 밥하지 말고 집에 가라고 해달라고 얘기하고, 

짐을 들고 차에 올랐더니 흥아저씨가 


'아니 그런 짐을 들고 골프장 가냐?' 


하는 표정을 짖는다. 

결국 일요일과 월요일도 일할 필요가 없다는 사실을 안 아저씨는 신이났다.


흠흠 암튼 무시하고 학원앞에 도착했더니 10분전이다.

차우 새임이 남친하고 놀고 있다가 반긴다. 인사인사.

뭐 이젠 하도 학원을 오래다녀서 이사람 저사람 다 아니까 (게다가 다 한 잔씩 한 사이니까 -_-;;) 

거의 가족적인 분위기다. 신나게 수다 떠는데 후엔새임이 남친이랑 아침용 햄버거를 한가득 들고온다.


"오오 새임 이거 먹죠"

"아아 이따가 다 모이면 차타구 먹어염"

"아아 왜이러세요. 다 아시면서. 앞으로 한시간은 더 기다릴 거라구요"


결국 햄버거를 뜯어서 우적거리면서 수다를 다시 떨었다.

이번에 가는 학생들을 주우욱 살펴보니 대부분이 아는 얼굴이다......라는 말은 

아싸한 가족적인 그리고 베트남적인 분위기의 여행이 될 예정이라는 것이다.

단 몇몇 초보자들이 보이는데, 아직 쭈뼜거리고 햄버거도 안먹고, 시계를 보면서 

마치 정시에 출발을 할 것이라는 착각에 빠진듯이 보였다. 불쌍한 넘들.


결국 후엔새임을 꼬셔서 옆에 카페에 가서 커피도 마시고 등등등을 하다가 보니까 사람들이 다 모였다. -_-a


신나는 관광버스를 타고 출발을 해서 다시 우리집을 지나 (고속도로 옆에 있다) 이맘 때 쯔음이면 허부적 거리고 있을 골프장을 지나 무이네로 갔다.

원래는 버스 안에서 베트남어 노래도 배우고 등등등의 프로그램을 할 예정이었지만

대부분의 학생들은 어제밤의 무리로 뻗어버렸고 (대부분의 학생들은 베트남화가 잘되었다),

의외로 비위가 약한 후엔새임 멀미 시작했고 (일부 초보들은 불쌍하다),

아마도 베트남 온지 한달도 안됀 프랑스청년 안그래도 허연 얼굴 더 허옇게 변하면서 구토증세로 맛이 갔고,

애들 울기 시작했고 

등등등의 상황으로 포기를 했다.

이 틈에 이미 베트남식 여행에 물들은 일부 학생들과 베트남 새임 및 그 가족들은 마른 과일 돌리고, 과자 돌리고 떠들고 낄낄거리고 장난을 쳤다.


결국 장장 5시간의 버스 여행끝에 무이네에 있는 까이방이라는 유명한 레스토랑에 도착을 했다.

아아- 수많은 게들과 새우들과 소라들과 생선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감동~

주루룩 앉아서 주문한 오징어와 생선과 새우등등을 신나게 먹고 맥주마시고 놀았다.

물론, 

아까 불쌍한 프랑스청년은 어디론가 뛰어갔고, 

어제밤 숙치가 심한 인간들은 버스에서 그대로 자고 있었고,

후엔 새임은 까꼬토가 메콩스타일보다 별로라고 했지만 (아아 지역 이기주의)

나머지 사람들 그러니까 대부분의 베트남사람들과 이제는 익숙해진 외국인들은 낄낄거리면서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식사를 마치고 우리의 숙소인 풍차리조트에 체크인을 했다.

난 후엔새임 남친과 한방을 쓰기로 했다. 

공연히 밤에 남친을 덥치겠다고 하다가 새임한테 구박만 받았다 -_-;;;

후엔새임 남친은 거의 영어는 못하지만 잘생겼고 애가 싹싹하다 물론 술도 좋아하고...


대충 짐 던져놓고 빈둥거리다가 카메라를 들고 밖으로 나갔다.

새임들과 그 남친들은 신난다고 떠들고 난 사진찍고 늙은 학생들은 다시 맥주를 마시고 있었다.

얼추 나도 맥주파에 껴서 주거니 받거니 하고 있는데 차우샘이 뭔가를 들고 나온다.


"자자, 놀러나온게 아니라구요"

"오옷!!! 놀러온게 아니었나요?"

"이론 -_-* 암튼 이 종이들을 받아들고.... 절 따라해봐요"


결국 차우새임 (그러나 실제발음은 쫘우로 해야한다. 차우는 솔직히 물소다 ^^)을 따라서 베트남 노래를 몇개 배웠다.


공부를 시작하자 갑자기 밀려오는 피로....

방에서 자고 있는데 저녁을 먹자고 깨운다.

해산물 부페를 먹고 해가지는 바다를 바라보고 캠프파이어를 하고 (여긴 나무대신 야자잎으로 한다) 손전등들고 게를 잡으러 갔다.


"암튼 우리팀이 일등을 해야되!!!!" 


후엔새임의 쓸데없는 경쟁의식이 불이 붙는 순간이었다.

큼직한 게 구멍을 발견한 나는 그동안 잃었던 후엔새임의 애정을 한 번에 되찾기 위해서 

정말 손이 삽이되도록 땀을 삘삘 흘리면서 열라 복잡하게 생기 게구멍을 파대서 무려 10센티짜리 게를 잡아냈다. 

손끝이 아파왔지만 정말 감동의 순간이었다!!!


"새임 여기 열라 큰넘으로 후후후"

"오옷 크다!!! 그런데 이건 크기 경기가 아/니/라/ 몇마리 잡느냐란 말에요!! 겨우 한/마/리/"


흑흑 열등생들은 뭔가 잘해보려고 노력해도 되는게 없다 -_-;;;;


게잡이 끝나고 바닷가에서 벌어짐직한 게임이 끝나자 


"자자 내일 8시에 출발해야 되니까 일찍 자야되여~" 


라고 새임들이 외친다.

착한 학생인 나는 방에 들어와서 자려는데

후엔새임 남친이 실실거리면서 들어와서 


"저기 카라오케 갈건데.... 싫으면 안가도 되고...." 


한다.


역시나 이 이른밤에 잠자리에 들 울 새임들이 아닌 것이다.

다시 분연히 떨쳐 일어난 우리들은 근처 일종에 락카페에 가서 


"어이~ 어짜피 장사도 안돼는데 우리가 카라오케로 쓰고 한시간에 10만동(9천원)줄께" 


해서 카라오케로 변신을 시켰다.

여기서 두시간동안 열심히 돌아가면서 노래도 부르고 춤도추고했다.

지하여서 물이 뚝뚝 떨어지고 푸드득 하면서 바퀴벌레들이 날아다니고 하는 펑키한 분위기 였지만서도 나름대로 즐거웠다.


이렇게 놀때보면 베트남에서 얼마나 오래 살았나를 알 수 있다.

아무래 서양애라도 마이크 잡고 기교를 섞어가면서 한손으로 바퀴벌레 쳐내면서 노는 인간들은 무시못할 베트남 경력의 소유자이고,

불쌍한 프랑스청년처럼 핏기하나 없는 얼굴로 빌빌대다가 카라오케에서 박자 놓치고 바퀴벌레에 질겁하는 것들은 초보자다.


결국 내일 일정이 어쩌고 저쩌고 했지만 새벽들이 놀아대다가 모두 잠자리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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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일어나서 바케트와 계란과 커피로 아침을 하고 밖으로 나와보니....

오오, 장장 7대의 지프가 서있는 것이 아니겠는가!!!


우리들은 이 지프를 나눠 타고 인근에 있는 모래 언덕으로 갔다.

아름다운 풍경이 이어지고 사구들이 슬슬 그 모습을 들어냈다.

순/간/

차랑 두 대가 푸드득 하더니 서고 만다.

워낙 오래된 차량이라서 고장이 나고 만 것이다.

하는 수 없이 그 두대에 탔던 사람들과 끼어타고 모래 언덕을 질주해서 호숫가로 갔다.

다시 호수가에서 열라 달려서 사구 꼭대기까지 올라가서 모래를 타고 내려가고 등등 신나게 놀았다.


"자자, 이제 돌아가자구요!!"


모두들 지프에 오르려는 순간.... 허억 다시 두대의 지프가 퍼져버린 것이다.

다행히도 아까 퍼진 지프의 운전사 아저씨가 한 대를 더 빌려와서 총 4대의 지프가 됬다.

결국 '여자는 안에 남자는 밖에' 구호를 외치고 대롱대롱 지프에 매달려서 호텔로 돌아왔다.

진정 사나들의 근력 (팔뿌러지는 줄 알았다)을 자랑하는 그런 시간이었다. -_-;;;


호텔에서 체크아웃하고 점심먹고 버스타고 떠들면서 간식먹고 쿨쿨거리니까 집앞이다.


뭐랄까 베트남식 여행은....

대단히 먼거리도 아니지만 고생스럽고

항상 예측 불허의 상황이 나오고

원래 계획한 것은 별로지만 새로운 재미를 느끼고

허망하게 끝나는 것 같다.


무이네는 이번이 두번째다.

외국인으로의 여행과 베트남 사람과 함께의 여행의 차이를 많이 느낀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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