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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사이공데일리

울 아파트 이야기

by mmgoon 2014. 9. 16.





"그럼 어디 사세요?"

"아 네 ㅅㅅ아파트에 삽니다"

"아- 네-" 

-_-;;;; 


우리 아파트에 대해 이야기가 나오면 대충 이런 식이다.

그러니까 뭐랄까 


"아유 좋은데 사시네요" 라든지 

"아, 거기 정말 어때요?" 


등등의 대사가 왠지 잘 나오지 않는 우리 아파트인 셈이다.



생각해보면 일단은 오래되었고, 인터넷은 느리고 불안하며, 문화공간 따위는 없으며, 불합리한 공간배치로 좁은 느낌이 들고, 

주변은 좀 시끄럽고 (공연장이 바로 옆), 엘리베이터는 턱없이 느리고 고장이 잦고, 복도에는 냉방이 안되고 (개방형이라 비도 온다 -_-;;;), 

비가 심하게 오면 베란다 하수구멍이 역류를 하며 (6층인데 어떻게 역류를 하는지 신기하다), 

대문은 나무라서 냉방을 해도 바로 따뜻(?)하고 눅눅해지며, 

실내 장식은 2007년도에 그것을 그대로 지키고 있는 그런 아파트다.


으음, 


"당신은 그럼에도불구하고 왜 거기에 살고 있는가?"


라고 물으실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곰곰히 우리 아파트의 장점을 생각해봤다.



일단은 아늑하다.

그러니까 이 아파트에 2006-2007년까지 살다가 떠났고, 다시 올 해 돌아오면서 들어왔기 때문에, 

게다가 그 동안 실내외 장식이 하나도 변하지 않았기 때문에 왠지 집에 돌아온 것 같고 아늑하다.



1층에 수퍼가 있다.

뭐, 수퍼라기에는 조금 작고 구멍가게보단 약간 큰 정도이지만 나름 이것저것 생활에 필요한 물건이 갖춰져 있어서 굳이 멀리 나가지 않고도 웬만한 요리를 할 수 있다. 

요사이 한국 라면과 아이스크림까지 들어와서 더 좋다. 

골드멤버라서 (그렇다 멤버쉽 제도도 있다) 5% 깎아준다. 

뭐, 다른 가게들에 비해서 비싼 것이 단점이지만 방에서 빈둥대다가 슬리퍼 직직 끌고 가서 뭔가를 살 수 있다는 것은 큰 장점인듯.



자유도가 크다.

그러니까 이미 연식(?)이 있는 아파트라서 벽에 못을 박는다던지 등등의 작업을 해도 그냥 쿠울하게 넘어가 준다.

거실 소파 옆에 놓을 의자가 없어서 관리실에 물어봤더니 창고에서 슥슥 꺼내서 무상으로 빌려주기도 한다.



식당과 배달

울 아파트 바로 옆에 24시간 365일 장사하는 쌀국수집이 있고, 길 건너면 순대국밥집, 일식집, 한 블록 가면 세탁소 등등 

뭐랄까 도보로 이동 가능한 거리에 좋아하는 음식점들과 세탁소 등등이 많이 있다.

게다가 구시가지 중심부여서 시끄럽기는 하지만 웬만한 배달들은 배달비 없이 (우리나라는 배달 천국임) 음식들을 배달해준다.

밥하기 싫을 때 베트남식, 이태리식, 미국식, 말레지아식, 태국식, 중국식 음식들이 오토바이로 슝슝 날아온다.



회사까지 걸어갈 수 있다.

아침에 슥슥 걸어가면 10분 이내로 회사에 도착한다. 

걸어가기 때문에 차를 부르거나 택시를 타지 않아 편리하고, 중간중간에 커피라든가 반미라든가를 구입해서 갈 수 있다. 

무엇보다도 이렇게 가까운 관계로 소중한 아침잠을 좀 더 즐길 수 있다. 

흠흠- 이게 크군.



으음,

적고 보니까 뭐랄까 약간 게으른 나에게는 적합한 아파트인듯 하다.

얼마전에 아는 친구의 새로지었다는 아파트엘 다녀왔다.

시원하고 깨끗한 복도 (생각해보면 울 아파트 복도에는 도마뱀들이 뛰어논다), 널직한 실내, 시원한 냉방, 여러 가지 문화공간등이 있었다. 


"어때요. 이 쪽으로 이사하라구요"

"으음... 좋은 집인걸"


이라고 대사를 날렸지만 이사를 할 생각은 조금도 없다.


이런 글을 쓰면 울 아파트에서 케이크라도 하나 주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