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시추선에 올라가기 위해서는 오늘 붕타우엘 가서 대기를 해야한다.
그런데 어제 저녁에 신나게 술을 마시는 바람에 (뭐 항상 그렇지 -_-) 짐도 하나 못싸고 회사엘 나왔다.
“그니가여, 좀 일직 나가서 짐도 싸고 그러려구요”
“어제 술마셨냐?”
“아우- 부장님... 까칠하게 그런걸...”
그러고 있는데 비가 미친 듯이 내려붓는다.
이런 상황에서 배를타고 붕타우에를 가야 한단 말인가.
암튼 비를 뚫고 집에와서 개인보호장구 챙기고, 속옷챙기고, 잽싸게 한국식품점 뛰어가서 선물챙기고 바로 항구로 향했다.
다행히 비는 멈췄고 나름 편한 분위기에서 붕타우로 배를 타고 갈 수 있었다.
물론 타고 가는 동안 몇 번인가 배가 점프를 했지만 뭐 이정도는 애교로 받아줄 수 있는 정도였다.
붕타우 항구에 도착하자 붕타우 사무소 모모과장이 기다리고 있다.
“아니 왠일로 마중을 다 나오셨나요?”
“하하 뭐 마중 나오면 안돼나”
“여기 부탁하신 부산오뎅...”
“감사감사”
결국 오뎅 덕분에 (세상이 다 그런 것 아니겠어?) 마중까지 받고는 회사차를 타고 호텔에 숙박을 했다.
이번에 묵은 호텔은 늘 있었던 팔레스 호텔이 아니라 렉스다.
예전에는 렉스가 나름 이름도 있었는데 그리고 팔레스보다 더 좋은 위치에 있었는데, 언제부터인가 팔레스가 내부수리도 하고 이제는 앞쪽도 솩 고쳐서 더 좋아졌다.
침대도 팔레스게 더 좋다.
덕분에 팔레스호텔은 요사이 사람이 많아져서 full booking 이란다.
“미스터김 팔레스 full booking이라는 군여”
“뭐시라? 어떻게 그 호텔이 full booking이 날수가. 제귈 어디가지?”
“렉스 어때요? 요사이 저렴 그 자체라구요”
“그으래? 빨랑 예약해”
뭐 이런 식으로 예약을 하고나서 들어온 호텔이다.
렉스호텔은 그러니까 전통의 호텔로 일단 리셉션에서 체크인을 하면 여권을 달라고 한다.
여권을 빼앗기고 나면 (흑흑- 나갈때까지 안돌려준다) 열쇄와 아침식사권과 방 등록증 (나중에 밖에 나갔다가 들어올 적에 이걸 보여줘야 열쇄를 돌려준다. 뭐 개기면 되지만),
그리고 이상한 서류 하나를 준다.
렉스는 반드시 아무래 내 짐이 적더라도 벨보이 (아저씨다 -_-;;)를 앞세우고 방으로 향해야 한다.
벨보이가 방에 있는 두꺼비집을 올려서 전기를 공급하고 에어컨을 켜줘야 하기 때문이다.
벨보이 팁줘서 돌려보내고 짐을 정리하고 있으면 벨이 울린다.
누구냐 하면 각 층을 관리하는 아줌마인데 (항상 분홍색 파자마 같은 옷을 입고 있어서 구분이 쉽다 -_-;;) 아까 받은 이상한 서류를 주면 된다.
여기까지 하면 완전한 체크인이 된 것이다.
뭐 방이야 베트남 전통적인 호텔에 그것이고, 물 2병 공짜로 주고, 일회용 칫솔, 빗, 샴푸 등등이 있다.
아까 오뎅 사다준 모모과장님과 저녁을 먹고 (고등어 조림과 소주 한 잔) 방안에 들어와서 빈둥거리다가 맥주 한 잔 하러 늘 가는 바에 갔다.
“와 롱타임노씨”
“뭐 그렇지. 잘있었어?”
이제는 거의 가족분위기인 스탭들과 인사를 나누고 맥주를 홀짝거렸다.
“야 근데 짬은 어디있어?”
“부엌에서 과일깎는데여”
“오라구그래. 선물준다구”
과일깎던 짬이 신난다고 온다. 봉투에서 이거저거 먹을 것들을 잔뜩 꺼낸다.
지난번에 술마시고 호언장담한 결과다 -_-;;;;
“자자 약속대로 한국과자들 잔뜩 사왔어”
“우우”
“글고 이건 약속한대로 머리카락에 바르는 영양제야” (머릿결 별로라고 구박한 결과다 -_-;;;)
“웃웃”
“글고 한일관에 김밥시켜. 걍- 바로 쏜다” (간식의 왕자는 김밥이라고 떠든 결과다 -_-;;;;;)
“오옷”
역시나 먹을 것이 나오자 뭐 어짜피 장사도 잘 안돼었던 바는 더더욱 가족분위기로 변화하여
일부는 과자 뜯어서 담아내고, 일부는 마실거 가져오고, 일부는 김밥 담고, 일부는 영양로션 실험하고 등등의
추석명절과 같은 분위기가 살아났다.
이러고 놀다가 호텔에 돌아와서 침대에 누웠더니 바로 잠이 온다.
이래서 첫째날은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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