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 이 정도 까지는 아니더라도 말이지
문득 영국식 차가 먹고 싶어져서 만들다가 생각이 난 얘기
뭐 지금처럼 혼자서 티를 마신다면 맘에 드는 머그컵을 하나 고르고 (요사이는 내 생일이 새겨진 머그컵 ^^;;)
티백을 하나 던지고 우유를 붓고 뜨거운 물을 넣어서
에어컨 앞에 앉아서 (베트남입니다. 에어컨 앞에서 마셔야 제 맛이 난다져) 신나게 마십니다.
하지만 손님들이 오시면 다르다져.
얼마전에 집으로 이사를 했다는 핑계로 권사님 집사님들이 집구경을 오셨습니다.
뭐 별로 바뀐 것은 없지만서도 손님들이 오시자 차나 한 잔 대접을 해드려야 했습니다.
나름 과일도 깎고 (늉이 깎지요), 쿠키도 준비하고, 머핀도 살짝 데워서 놓았습니다.
손님 올때만 내어 놓는 전용 티폿에다가 열라 아끼는 차를 넣고 밀크도 데워서 밀크저그에 넣고 밀크티 못드시는 분들을 위해 레몬도 슬라이스를 해놓고
티를 못드시는 분들을 위해 저번 싱가폴에서 구입한 열라 포쉬한 커피폿에다가
베트남 최고의 아라비카 원두 (그래야 뭐 가격은 -_-;;;)를 뽑아서 넣어두었습니다.
흠흠
나름 자신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정작 주제는
"아니 이걸 다?"
"하하 너무 섬세하시다"
"어머어머 이 빵 따뜻한 거봐봐"
뭐랄까 칭찬이긴 한데 뭔가 남자녀석이 쫀쫀하다는 냄새를 지울수가 없었습니다.
게다가 이번에 이사를 하면서 티폿장식장에서 이전 것들을 집어 넣고 새로운 녀석들을 꺼내놨더니
"아니 이건 뭐야?"
"아아 웨지우드라고..."
"그렇지? 아니 이리 비싼걸"
"이건 일본 것 같은데?"
"네네 저번에 말레지아 갔다가"
"자기 이것도 베트남서 산거 아니지?"
"아아 그건 소박한 이태리제라서..."
"이건 뭐야?"
"아아 그건 태국식 전통스타일로..."
아아 아주머님들의 눈이 이상하게 변하더군요. 솔직히 아직도 이 취미를 이해해 주는 인간들이 적은 듯한 인상을 지울 수가 없었습니다.
하아-
이 사건 이후로 나는 기집애처럼 티폿 모으고,
차 한잔을 대접하더라도 티테이블부터 밀크까지 쫀쫀하게 다 따지는
그런 이미지로 자리를 잡았습니다.
마지막을 떠나시면서 집사님이 남긴 한 마디가 아직도 가슴을 칩니다.
"아이구 이러니 가정부가 힘들겠어"
아아- 이미지 고정인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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