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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o am I?

한 맺힌 복숭아

by mmgoon 2006. 7. 28.




요사이 몸이 장난이 아니다.

예전에 나를 아는 인간들은 


'어떻게 저 인간이 저리도 고분고분하며 조용조용할 수 있지?' 


하는 식의 눈초리를 보낸다.


그건 인생을 득도해서 초월한 이유가 아니라 바로 2주째 계속되는 열 때문이다.

도무지 몸에 힘이 들어가지를 않는다.


암튼 이런 이유로 해서 늉한테 


"알았지? 꼭 복숭아를 사다놔. 알았지?"


했다.

나는 몸이 안좋으면 꼭 복숭아가 땡긴다. 하다 못해 황도 통조림이라도 먹어야 한다.


이렇게 복숭아에 집착하는 이유는 내 성장과정에서 생겨난 일종에 '한' 때문이다.


그러니까 나는 말하자면 '평범하게 복숭아를 좋아하는 남자 애' 였다.

제 철에 난 복숭아는 얼마나 맛있는지...


문제는 


인생을 통해 

이 세상 모든 것이 personalize되어야 살고, 

이 세상 모든 기계는 알지 못하며,

이 세상 음식중에 약 15-20% 정도만을 먹을 수 있는 

때문에 할 줄 아는 음식이라고는 라면 밖에 없으며,

그리고 정말 가지가지 알러지를 가지고 있으며, 

모든 신경성- 이란 단어로 시작되는 병을 안고 살아가는 

내가 아는 한 가장 민감한 인간이 하나 밖에 없는 내 동생이라는 것이었다.


물론 동생은 복숭아 알러지도 가지고 있다.


결국 복숭아를 만지기만 해도 목까지 퉁퉁 불어올라 숨을 쉬기가 곤란해지는 동생을 위해서 

소화불량과 감기 이외의 병을 알아본적이 없으며,

아직까지도 자기가 못먹는 음식이 뭔지 모르며,

게다가 명절음식도 잘하며,

(물론 속으로야 안그렇지만) 겉으로는 감정이라고는 사하라 사막같이 바싹 마른

내가 희생을 해야했다.


집에서 복숭아는 거의 구경도 못했고 ('넌 다른거 먹으면 되자나' 그런 말로 위로를 받았다)

맨날 불고기를 구워서 가운데 살코기 부분을 도려내서 (말 그대로 칼로 도려냅니다 -_-;;) 비계를 전혀 못먹는 동생주고 그 나머지 그니까 가운데 구멍이 빵 뚤린 부분을 먹어야 했으며,

동생이 나보다 20여센치 큰데도 꼭 지붕수리, 전기배선 등등의 극히 위험한 작업은 주로 내가 했다 (참고로 동생은 형광등 갈줄 모른다).

어떤 집에서는 장남이 차남보다 더 대접을 받는다던데.... 역시나 TV에서나 있는 일인 듯 하다. T_T



그러던 어느날 너무 탐스런 복숭아를 보고 정말 먹고 싶어서 할머니를 꼬셔서 잔뜩 샀다.

글고는 둘이서 신나게 동생이 오기전에 다 때려 먹고는 쟁반을 부엌에 두었는데 이 인간이 부엌갔다가 

쟁반에 있는 복숭아 국물에 손을 대고는 다시 뒤집어지는 바람에 그 이후로 '생 복숭아'는 집에서 영구 추방되었으며, 

깡통 복숭아 (황도, 백도...) 들도 내가 완조니 알아 누워야 공급이 되었다.


이런 이유에서인지 의외로 복숭아에 대한 탐욕이 있다.

잘 익은 백도을 척 잡고 반을 사악 하고 쪼개서 츕츕하고 먹는 시간이 너무 좋다.

게다가 오늘처럼 아프기라도 하면 복숭아를 못먹으면 우리집 앞에서 걸지적 거리는 대사관이라도 날려버리고픈 충동에 사로 잡힌다 (안돼는 구나. 생각해 보니 술친구 하나가 있다 -_-;;) .


암튼 암튼

오늘 복숭아 안 사다놓았으면 늉- 당신은 파면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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