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 특성상 그리고 업무가 진행되는 곳 특성상 대부분의 팀원들이 남성인 경우가 많은 편이다.
올 해 유일한 여성팀원 녀석이 출산휴가를 떠나고 나자 뭐랄까 여느 때 처럼 순수하게(?) 남자들로만 구성된 팀을 꾸리고 있다.
그러던 중 연말이 왔고 한 녀석이
“아아아, 팀장님 우리도 송년회 겸 팀 단합대회를 하고 싶다구여”
“응? 일주일에 1회 이상 음주를 하는데 또?”
“아아아아아 다른 팀들은 같이 영화를 본다든지, 공연을 구경한다든지, 와인 체험 등등의 행사를 통해서 팀원간에 우애도 다지고 한 해도 돌아보고 내년을 다짐하다니까요“
”그런데?“
”우리도 그런 행사를 하고 싶다구여“
해서 녀석들에 송년회 겸 단합대회를 한 번 마련해보라고 시켰다.
그리고 오늘
”짜잔, 팀원들의 뜻을 모아서 한 번 계획을 짜봤습니다. 함 봐주세요“
해서 계획을 보니….
”야, 이거 뭐 이 추운 겨울에 루프탑에서 고기 구워서 술마시고 2차로 이동해서 맥주 마시자는 그런 계획이자나. 글면 평소에 마시는 것과 뭐가 달라?”
“아아 아니져. 일단 회사에서 멀리 떠난 평소와는 다른 장소이고여, ㅇㅇ 매니저가 양주 가져온다고 하니 춥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요”
“이것들아 이 시간부터 양주 마시면 살아서 다음 날 해를 볼 수 없다고”
“팀원들이 이 멤버로 영화나 공연 관람은 절대 싫다고 하고, 와인 체험이나 도자기 만들기도 못하겠다도 했어여”
생각을 해보면 30-50대 남자들이 모여서 다른 팀들이 하는 아기자기한 행사를 하는 모습을 그리기 힘들고,
늘 언제나 항상 그랬던 것 처럼 회사 돈으로 맛난 고기와 술을 즐기자는데 특별히 반대할 이유도 찾기가 힘들었다.
결국
“알았어. 여기다 서명하면 되는 거지?”
“넹. 요기에 해주세여”
하자, 녀석은 냉큼 메일로 공지를 돌리면서 굳이 “빠지고 싶은 분은 팀장님과 면담하시랍니다” 등등의 아름답지 못한 대사를 적었다.
결국 이렇게 우리팀의 체력과 정신력을 요하는 송년회가 잡혔고, 지난 주에 이를 뽑은 나는 뭘 먹어야 버틸 수 있을까 걱정이 시작되었다.
아- 올 해도 슬슬 끝나가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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