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에 교회에 식사 준비를 다녀왔답니다.
그러니까 소그룹들이 돌아가면서 주일날 식사를 봉사하는데 이번에는 우리 그룹 차례인 것이었죠.
엉아들에게 물었습니다.
“저기여 그러면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 건가요?”
“아아, 우리는 알 필요 없다구. 그냥 자매님들이 시키는 것들만 말없이 소처럼 하면 돼”
“아아 글쿤여”
“글고 후다닥 식사준비 마치고 바로 바베큐 할 예정이니까 너는 이쪽에 더 신경을 써”
“넹”
더운 토요일이었죠.
가게에서 수박을 한 통 사고, 바베큐용 소시지를 사서 차에 올랐습니다.
교회에 도착을 하자 이미 뭔가 식사준비가 진행중이었습니다.
“아 왔어? 이거 좀 나르자고”
“넹”
물건을 몇 개 나르자 별로 할 일이 없었습니다.
어슬렁 거리면서 부엌을 돌아다니는데 왠 슬픈 얼굴의 자매님이 양파를 썰고 있었습니다.
“자매님 괜찮으신거죠?”
“아아 흑흑 눈물이 자꾸 나서 그렇다구여”
“제가 도와드릴께여”
평소 파스타와 볶음국수로 단련(?)된 기술을 동원해서 쉬쉬식 양파를 썰었습니다.
꼴랑 10개 양파 채를 써는 것이야 뭐. 훗훗후. 눈물 한 방울 없이 해치웠죠.
문제는,
이 장면을 눈여겨보신 권사님이
“아아 요리 좀 해봤네”
하시면서 무 깎뚝썰기, 배추썰기, 김치 썰기 등등 쉬지 않고 업무를 주셨다는 것이죠.
덕분에 엉아들은 저쪽에서 바베큐 불핀다고 설렁설렁 거리면서 놀고 있을 때,
저는 수 많은 야채들과 끙끙거려야 했다는 겁니다.
그러니까 원래대로 한다면 가져온 소시지 포장을 뜯고 칼로 금을 내는 정도의 일을 하는 것이었으나, 실제로는
“아아 자매님 그 배추가 넘 커요. 한 이 정도로 썰어주세염” 이라든가
“자자 청양고추는 나중에 국에 얹을 것이니까 조금더 얇게 썰어주세요. 어허 맵다고 피하지만 마시고여”
등등의 대사를 날려야 했습니다.
식사 준비가 끝나고 밖으로 나오자 엉아들이 수고했다고 콜라를 주시면서 불쌍한 표정을 보내시는군요.
네네, 늘 겸손하게 살아야지 하는데 말입니다. 어쩌자고 칼기술을 보여서 -_-;;;;
아침에 출근하니 그저께 어제 보여주던 폭염대신 장맛비가 줄줄 오네요.
이번주는 겸손하게 겸손하게. 흠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