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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S Town Daily

부산행 2




크리스마스 이브의 저녁길이었다.

퇴근하고 지하철역으로 내려갔더니 뭐랄까 평소의 2-3배 되는 사람들이 역에 가득했다.

아무리 크리스마스 이브이지만 이건 너무하다는 생각으로 지하철을 끼어타고 서울역으로 오자 더 많은 사람들이 바글거렸다.


사람들을 뚫고 물과 샌드위치를 구입해서 부산행 KTX 159호 열차에 올랐다.

뭐랄까 성탄절 전날이었지만 미국사무소에서 주문이 왔고 종일 이 주문을 스스슥하고 해서 다시 미국으로 날리느라고 지쳐있었다. 

배는 별로 고프지 않았지만 도착시간을 생각하면서 샌드위치를 우물거렸다.


기차는 출발을 했고, 차들이 꽉꽉 막히는 도시를 벗어나자 어두운 풍경이 주변을 감싼다. 

이렇게 멀어지기 쉬운 도시를 그리 어려워하면서도 떠나지 못한 것인지 스스로가 궁금해졌다.

기차는 아무런 감정도 없이 어두운 곳을 내달렸고, 크리스마스 노래들을 좀 듣다가 잠이 오기 시작했다.

조금 졸다가 정신을 차려보니 객실안은 조용하다.

나 만큼 멀리 가는 사람이 적은 듯 조용해진 객실을 기차가 더더욱 큰 어둠 속으로 끌고 가고 있었다.


그러니까....

이 정도 썼으면 뭐랄까 크리스마스 이브에 혼자서 허위허위 집으로 향하는 한 샐러리맨에게 

그가 예상하지도 못한 일들 그러니까 좀비들이 득시글 거리면서 나오는 부산행2 같은 장면이 펼쳐지거나 할 것도 같은데 

이런 하다 못해 별로 좋아하지도 않는 좀비 조차도 환타지인 것이다.


세상은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아서 더 잔인할 수 있다는 그런 생각을 한다.

조금도 틈이 보이지도 않고 말이지.


역에서 내려 집에 도착을 해도 아직 뭔가 시켜먹을 정도의 마음이 남아있었으면 좋겠다. 

개인적으로 그리 좋아하는 크리스마스 이브이기도 하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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