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을 대충 먹고 왠일인지 뭔가 인생이 변방으로 밀려났다고 생각될 때마다 마시는 맥심 커피를 한 잔 하고 있다.
평소에는 아무 것도 들어가지 않은 커피를 찬양하고 있지만 상황이 상황이니 만큼 이 커피를 마시고 있다.
그러니까 군대 훈련소에서 아는 선배 만나서 몰래 마신 자판기 커피와
이라크 시추현장에서 기름밥으로 저녁을 하고 숙소에 들어와 한국사람들끼리 모여서 마신 맥심 커피와
다시 아무도 내가 있는 곳을 모르는 서울의 조그만 방에서 어쩔 수 없이 마시는 이 커피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라는 표현 하나를 삶에다가 던져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군 생활을 끝이 날 것이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라크 생활도 지나갈 것이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울에 제대로 된 집 하나 정도는 구할 수 있다는 뭐 그런
정착하고 편해지면 잊어버리는 혹은 구입을 하지 않는 그런 존재가 주는 무언가도 있다라고 생각하는 저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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