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해도 어김없이 건강검진이 찾아왔죠.
네네 일년에 한 번씩 그 동안 제대로 관리하지 않은 신체에 대해 평가를 받는 시간인 것입니다 .
뭐 대충 어떤 이야기들이 나올지 알고는 있었습니다.
아아- 몸무게를 줄이셔야 하고요, 고혈압에 간에 내장비만에 어쩔거에여 등등 말이죠 -_-;;;
그리고 이번에는 그 동안 외국에 사는 핑계로 차일피일 미루었던 대장 내시경을 하기로 했습니다.
일단 베트남에서 대장 내시경을 하고 싶지는 않았고요 (사신 분들은 알겁니다 -_-;;;)
만약에 한국에서 내시경을 하다가 용종이라도 띄는 경우 한 동안 비행기 타기가 어렵기 때문이었죠.
그리고 평소의 생활을 돌이켜보면 왠지 검사하다가 엄청난 것들(?)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는 생각도 있었답니다.
암튼, 이제는 한국에 있고, 이번 기회에 한 번 정도는 받아야 할 것 같고, 주변에서 동기들과 엉아들이
"아아, 이 번에 몸속에서 엄청난 넘을 제거했다고"
"이제부터 착하게(?) 살기로 했지"
"내가 이 정도일 때 니 녀석은 말이야...."
등등의 이야기들을 했기 때문에 아무리 귀찮아도 소위 이 대장 내시경이라는 녀석을 한 번 해보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시간이 다가오자 일주일 전에 전화가 하나 옵니다.
"저기여 다음 주에 건강검진 하시자나여"
"넹"
"이번에 내시경을 하셔야 하니까 주의사항을 알려드릴께요"
"아아"
"글고여 하루 전날 약을 드셔야 하는데여.... ...."
전화를 한 언니는 뭔가 이런저런 이야기를 많이 했는데, 요약을 하자면 왠지 장속에 오랜 기간 버틸 것 같은 녀석들은 먹지말고,
부드럽고 소화가 잘되는 녀석들을 위주로 먹어주며, 먹고있는 약들 중에 일부는 며칠 전부터 먹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었죠.
뭐 그렇지만 일이란 것이 마음대로 되지 않아서 중간중간에 소주와 맥주와 와인을 마실 기회가 찾아왔습니다.
(하아- 이번에 결과 이상하게 나오면 다 니들 책임이야 -_-a)
이렇게(?) 시간이 지나고 검사 전날 약을 받아 집에 왔습니다.
저녁도 못먹고 설명서 대로 약을 물에 타서 마셔줬죠.
그 이후....
난생 경험하지 못한 지옥과 같은 시간을 맞이했고, 화장실에서 5미터 이상 떨어지지 못하는 상황을 연출했습니다.
그리고 새벽에 일어나서 다시 한 번 약을 먹어댔고, 다시 회개의 시간을 가졌죠.
굶고 그나마 비워내고 해서 삶의 의지가 50% 이하로 떨어진 상태에서 병원엘 갔습니다.
이번에 간 병원은 그 동안 서울에서 다니던 곳보다는 뭐랄까 인간적이랄까 약간 비효율적이랄까 그랬습니다.
모든 검사가 마치고 드디어 내시경의 시간이 돌아왔습니다.
"자, 약이 들어갑니다"
뭐 여기까지 듣고는 바로 기억이 없습니다.
그리고 정신을 차려보니 회복실이네요.
"저기 선생님 이제 다 끝난 건가여?"
"아아, 아니라구여. 님이 하도 버둥거려서 다시 해야 한다고여"
"넹? 다시 마취해야 하나여?"
"아니져. 님이 하도 반항이 심해서 마취없이 진행한답니다"
뭔가 지옥문이 열리는 느낌이었지만 나이가 있으니 의연하게 기다리고 있으니 다시 검사가 시작됩니다.
"아아, 선생님 조금 괴로울 건데 참아보세요"
하기 싫다고 할 수도 없고 게다가 입까지 막혀있어서 하는 수 없이 그냥 있었더니 작업이 시작됩니다.
뭐, 결과는.... 무사히 끝났고, 놀랍게도 아무런 증상도 발견할 수 없었습니다.
내심 놀라웠죠. 으음....
하지만 그 과정은.... 뭐랄까.... 네네, 여러분 반드시 수/면/내/시/경/을 하세요. T_T
난생 처음 해보는 대사(?)를 치루고 집에 와서 점심을 차려먹고 바로 쿨쿨 낮잠을 잤습니다.
뭐, 아직까지 위와 장의 상태는 괜찮다고 하니 주말에 고기도 굽고 와인이나 한 잔할 생각입니다.
하아- 그나저나 몸무게는 어떻게 줄여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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