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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사이공데일리

블로그에 글쓰는 일이라는 테제에 대하여





요사이 시간일 날 때 마다 얼마 전에 구입한 후 옥(Huu Ngoc)씨가 쓴 

Wandering Through Vietnamese Culture (베트남 문화 기행 정도 될까)라는 책을 읽고 있다. (관련 포스팅)


처음에 예상과는 달리 - 무려 1266페이지 짜리 책이다 - 의외로 설렁설렁 잘 읽혀지고 있다.

물론 짧은 베트남 지식과 언어의 한계로 인터넷 브라우져를 켜놓고 이거저거 찾아야 하지만 

미친듯이 더워지고 있는 창문 밖의 풍경을 바라다보면서 커피를 홀짝이며 에어컨을 켜고 책을 읽고, 

본문에 나오는 장소를 구글 맵으로 찾아보고 있노라면, 베트남 어느 구석을 돌아다니고 있는 그런 느낌이 든다.


덕분에 잘 하면 이 책을 다 읽을 수도 있겠다는 희망이 생겼다.


그런데 생각을 해 보면, 평소의 나의 독서습관으로 볼 때 이렇게 두꺼운, 그림 따위는 없는, 

게다가 영어로 된 책을 설렁설렁 읽는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래서 이유를 곰곰히 생각해봤다.

아마도, 내가 이 두터운 책에 무리를 느끼지 않고 ‘호오 그렇군’ 이라든지 ‘으음. 지난 번에 가봤어야 했는데’ 등등의 마음을 가질 수 있는 것은 

한 마디로 이 책의 내용이 꼭 블로그 포스팅 같다는 것이다.


상대적으로 수 페이지의 짧은 글들을 하나의 주제로 쓰고, 마지막에는 글을 쓴 날짜가 따라온다.


그러니까 작가가 ‘아, 이런 주제로 책을 만들어야지’ 하는 계획으로 특정 방향으로 글을 써내려간 그런 느낌보다는 

마치 하루하루를 보내면서 - 실제로는 199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베트남 여러 곳을 다니면서 - 슥슥 적어두었던 글들을 

주제별로 그러니까 블로그의 카테고리 처럼 나눠서 책으로 묶은 그런 책이기 때문에 

나 같이 독서력이 약한 인간도 무리없이 즐길 수 있는 것 같다.


작가가 블로거 였으면 그의 블로그는 참 방대했을 것이라는 생각도 해봤다.


가끔 블로그들에 글을 쓰다가 너무 마음에 들지 않을 때도 있고, 이게 뭘 하는 짓인가 하는 생각도 들고, 그냥 일기 아니야 하는 생각도 든다.

아마도 이런 마음은 블로그를 관리하는 사람들에게 공통적으로 드는 그런 것이어서, 

한참 재미있게 읽던 블로그들이 정체를 보인다든지, 아에 폐쇄 혹은 방치되는 경우를 종종 만난다.


하지만 이 책 덕분에 어떤 사람의 개인적인 감정이 잘 정리하고, 모으면 다른 사람에게도 훈훈한 마음을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을 새삼 느꼈다.

뭐, 이 블로그야 그 정도의 수준은 아니지만 말이다.


블로그에 글과 사진들을 올리시는 블로거들 모두 화이팅입니다요.

특히나 개인적으로 좋아라하는 블로거님들은 더더욱 가열차게 포스팅해주세요. 응?

여기 호치민은 오늘도 쨍쨍하고 무지막지하게 더워질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