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일어나보니 태풍 템빈이 지나간 뒤끝 같은 하늘이 있습니다.
걸어서 회사를 오는데 아직 시원한 공기가 가득합니다.
'아, 태풍이 얼추 지나갔구나'
하는 생각을 하면서 회사로 오는데, 뭐랄까 실제 태풍에 비해서 난리가 났었던 이번 태풍이 생각납니다.
그러니까 이번 템빈 태풍 이전에 지나갔었던 카이탁 때에는 별 반응이 없었던 베트남 정부가,
템빈이 필리핀을 통과하면 200여명의 사상자를 내자 뭔가 발동이 걸렸는지 암튼 오버 리액션 레벨의 난리(?) 조치를 취했습니다.
그러니까 공산당이나 수상이나 암튼 높으신 분들이
"알간? 암튼 이번 태풍에 또 대책없이 당했다라는 얘기가 나오기만 해봐봐. 다 주거써. 빨랑빨랑 움직여!!"
라고 하셨는지 크리스마스 무렵 베트남 관공서들과 신문방송사들은 미친듯이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간만에 붉은 토끼들이 허둥대는 모습을 봤다죠.
일단 우리를 담당하는 관공서 붉은 토끼에게서 전화가 왔습니다.
"아아아, 태풍이 온다고"
"알고 있어. 현장에 시간단 모니터링 결과 보고하라했음"
"그 정도가 아님"
"이미 필수 인력을 제외한 모든 인력을 철수시켰고, 해상과 보급창고 모든 자재들을 밧줄로 단단히 고정시키는 작업도 완료했음"
"헉- 대단"
"모든게 비상조치 매뉴얼 대로 수행되었다고. 무재해 10년을 그냥한게 아님"
"아아, 너넨 퍼펙트해. 내 이 베트남 회사 녀석들한테 전화함"
"그러시던지"
결국 녀석들이 난리난리쳐서 베트남 회사들도 철수를 감행해야 했죠.
참고로 이런 비상철수를 위해서는 상당한 비용이 들기 때문에 베트남 회사들은 우리처럼 비상대피를 잘 안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좋은 회사 다녀야합니다. 그래야 오래 살 확률이 높아집니다)
그리고 어제 출근했더니 신문과 방송에서
"정부의 명령으로 모든 학생들 오늘 오후부터 26일까지 집으로 가야함. 휴교령임"
이라는 뉴스가 나와서 아줌마들이 애들 데리러 학교로 쉬쉬쉭 하고 없어집니다. (기사)
심지어 베트남 생활 4년만에 처음으로 정부 재난문자도 받아봤습니다.
정작 우리가 분석한 상황에 따르면 (울 회사는 베트남이 아닌 기상정보를 사용합니다. 네네 다 안전을 위해서)
'바람은 어느정도 불어대겠지만 의외로 육상지역의 강우는 적을 것으로 사료됨'
이라고 힙니다만, 일단 이 나라 정부가 혹은 당이 결심을 하면 인민들을 따르는 것이 순리인 관계로 온 나라가 비상체계에 돌입을 했습니다.
역시나 차가운 비가 내리기는 했지만 폭우까지는 아닌 정도였습니다.
크리스마스 저녁에 그것도 업무시간 지나서 온 손님들에게 현황보고를 드렸습니다.
다행히도 이후 행사(?)는 아랫 것들이 빠지는 상황이어서 (만세이-) 비가 촉촉히 내리는 거리를 걸어서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성탄절 저녁 시간이 이미 지났고, 뭔가를 해먹기가 너무 귀찮아서 '조금 붐비겠나?' 하는 마음으로 비오는 성탄절 저녁 거리로 나섰습니다.
'으응?'
길거리가 한산합니다.
한산하다 못해 썰렁하네요. 평소 저녁의 거리보다도 더 썰렁합니다. 이 블로그에서
"성탄절 무렵 호치민시는 지옥같다구요"
라고 했었는데 어제 호치민을 걸어다니신 분들은 이 블로그에 신뢰도가 바닥으로 떨어졌을 듯 합니다. -_-a
크리스마스 이브와 완전 대비되는 광경이었죠 (기사)
아마도 미친듯이 떠들어댄 베트남 방송과 정부의 경고 효과인듯 합니다. 역시나 공산당 정부의 언론 컨트롤이란.
실제로는 바람도 거의 없고 비도 살랑거리고 내렸지만 평소 성탄절에는 걸어다니지도 못하는 길들이 휑-합니다.
사이공 성당에 성탄미사 소리가 잘 들리는 정도였습니다.
비도 오고 해서 회전식 샤부샤부집에서 (베트남에는 이런게 있죠) 맥주와 저녁을 먹고 조용한 길을 걸어서 집으로 왔습니다. 왠지 거룩한 성탄절의 느낌이었죠.
오늘 아침도 역시나 휴교령 덕분에 아이들도 학교에 가지 않고,
일부직원들은 휴가도 냈고,
뭐 이런 이유로 조용하게 시작되고 있습니다.
아마도, 베트남정부는 자신들의 빠른 조치로 별 탈 없이 상황이 종료되었다고 기뻐할 수도 있겠네요.
분주했지만 큰 사건 없이 태풍 템빈이 지나갔다난 얘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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