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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사이공데일리

전주 여행에서 느꼈던 점




지난 달에 잠깐 한국에 들어갈 일이 있어서 (아아- 일이 있어야 들어가는구나 -_-;;;) 한국엘 갔다가 

이런저런 일들을 하던 중에 하루 전주 한옥마을에서 쉰 적이 있다.


나는 가끔은 관광이라기 보다는 뭐랄까 고즈넉하고 조용한 그런 숙소에서 아무도 날 잘 모르는 그런 상황을 경험하고 싶을 때가 있다. 

게다가 이번 한국 방문은 뭐랄가 해야하는 일들이 줄을 이은 그런 방문이었다.


이런 면에서 본다면 전주 한옥 마을은 나름 괜찮은 선택이었는데...


-  의외로 평일에 한옥마을은 그리 사람이 많이 않다

-  그나마도 저녁이 되면 다들 어디론가 사라져서 열라 조용하게 된다

-  덕분에 숙소를 잘 고르면 정말로 조용 그 자체를 즐길 수 있다


뭐, 이 정도가 결론이었다.



일단 우리나라 예약 사이트는 잘 모르니 트립어드바이져와 북킹닷컴을 이용해서 나름 (외국인들이지만서도) 평가가 좋은 곳을 예약했다.

그리고는 한국에 도착하자마자부터 일들을 휙휙 (뭐 나름대로는) 처리를 하고 사람들을 만나고, 다시 일을 처리하고를 반복하다가 

아침에 은행일을 한 껀 처리하고 (결국 다시가야 했다) KTX를 타고 전주에 내렸다.

택시를 타고 한옥민박에 도착해서 짐을 풀었다.


작은 방이었지만 뭐 하룻밤이고, 밖에는 풍경소리도 들리고... 

매끈한 기름종이 바닥도 좋고,

따뜻한 온돌도 기분을 좋게했었다.


그런데,

참으로 헛 웃음이 나오게도 말이지

밤 새 자는 동안 뒤쳑여야만 했다.


그러니까,

그 동안 외국에 살면서 침대생활에 익숙해진 몸이 방바닥에 이불을 깐 시스템에 적응하지 못한 결과였다.

뭐 며칠 있었으면 대충 적응했겠지만 하룻밤은 매 30분마다 이리저리 몸을 돌려야 했다.


다시 기차를 타고 서울에 와서 호텔에 있는 더블베드에 몸을 눞히자 편안함과 잠이 쏟아진다.

(하지만 일이 있어서 다시 나가야 했다 -_-;;;)



요사이 우기가 시작하려는지 호치민은 비가 후두둑거린다.

어제 저녁에도 폭우는 아니고 비가 줄줄 내리기에 냉장고에 넣어두었던 막걸리를 꺼내서 베란다에 나가 비를 바라보면서 한 잔 했다.


어제의 비는 열대우림의 그것이라기 보다는 우리나라 장마스타일이었기 때문에 나뭇잎 위로 떨어지는 빗 소리를 듣자 한국 생각이 물컹거리면서 나기 시작했다.


'아, 한국에 돌아가면 이거저거를 해봐야지' 라든가

'이거저거는 버리고 차라리 이런 식으로 집을 꾸면서' 혹은

'고양이를 길러봐?'


등등의 생각을 하다가 문득 전준에서 만난 온돌방이 생각났다.


물론 한국에 돌아가더라도 지금 사용하는 아이케아 침대를 계속 사용하겠지만 그런 문제는 아니고,

이제는 한국이라는 것이 너무 막연하게만 느껴지는 대상이 되어가고 있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내가 살았던 그 한국은 아니고,

뭔가 어색하게 익숙한 정도의 한국, 우리나라,


아침에 와서 뉴스를 보면 대선, 산불, 전쟁위기...


흐린 하늘의 외국에서의 한 주가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