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식적인 저녁을 베트남 친구들과 먹으면서 음주를 했다.
뭐, 다행인지 불행인지 녀석을 그리 많이 마시지 않고 저녁자리가 끝났다.
맥주 한 잔 더 할까 하는 마음에 종종 가는 바에 들어가서 앉자
"오오오 미스터 킴 옷이 멋저여"
"아아- 오늘은 회사에서 바로 오느라고 양복 입고 왔지"
"오오, 새로 취직한 건가 봐여. 이번 직장이 더 좋은듯"
뭐, 직장을 바꾼 것도 아니고 늘 청바치에 티셔츠 차림으로 오다가 양복 입고 온 것 뿐인데 왠지 스탭들이
'으음. 저 인간이 드디어 마음 잡고 취직을 했군'
하는 식의 반응을 보인다.
도데체 나의 청바치 패션은 뭔가 문제가 있단 것인가? -_-;;;;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스탭들이 우르르 몰려온다.
"자자, 우리끼리 토론을 해봤는데, 결론이 안나네요"
"뭐가?"
"그러니까 미스터킴이 우리 바에서 젤로 좋아하는 스탭이 누구냐 하는 것이죠"
"아아, 지금 당장은 맥주 빨랑 가져다주는 사람이야"
"아아- 뭔가 이상하지만 일단 맥주를 가져다 드리져"
이렇게 해서 겨우 맥주를 한 잔 하고 있는데,
"저기 미스터 킴은 저녁을 먹었어여?"
"엉. 독일식 족발 요리를 먹었지"
"앗, 지난 번에 살 뺀다고 하고는"
"아아- 일종에 일이었다고"
"독일식 족발 요리를 먹는게 일이에요?"
"아- 뭐랄까. 그렇지"
이 인간이 양복까지 빼어 입고서 겨우 독일식 족발이나 먹는걸 직업으로 삼고 있다는 것이
못믿어운 얼굴로 한 녀석이 떠나자 앞에서 두 녀석이 싸우기 시작을 한다.
"아아, 니가 거스름 돈을 잘 못 계산했다고"
"아니야"
"이거 봐봐봐 거스름 돈을 잘 못 계산해서 손해가 났어"
"아님. 난 인정 못함"
오늘은 조용한 음주를 바랬기 때문에, 슬쩍 전표를 봤더니...
"자자, 그만 싸우고 이걸 보라구"
"뭐요?"
"이 전표에 의하면 얘가 거스름돈도 잘 못 줬지만 아에 전표에 가격을 잘못 기재해서 (여긴 손으로 합니다)
결국 1만동 (500원) 손님한테 더 받았다고"
"엥? 정말?"
결국 녀석들은 숙닥거리더니 문제의 그 만동을 들고 간식을 사 먹으러 나갔고, 나는 다시 조용한 음주를 할 수 있었다.
"여기 계산해줘"
"벌써 가게여?"
"엉. 얼마야?"
"아아 여기 계산서"
집으로 오는 택시에서 요사이 이런저런 일들로 머리가 아프다는 생각과,
그래도 죽치고 조용히 (가끔은 그러하지 않지만) 맥주를 홀짝거릴 수 있는 바를 발견해서 다행이란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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