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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사이공데일리

뒤로 가는 회사 이야기


아츠미상의 재등장이라고나 할까요





뭔가 심각하게 보이는 이메일이 하나 왔다.

본사에서 새로 만들어진 정보관리처라는 곳에서 보내왔다.

첨부 파일도 잔뜩있고 본문도 길었지만 내용은 의외로 간단했다.


  • 뭐랄까 중요한 이유에서 인터넷 보안이 중요함을 느꼈다 (이걸 말이라고… 실제 이유는 새로운 처가 생긴 것이겠지))

  • 그런 이유로 인해 앞으로 POP3를 막겠다. 당근 아웃룩으로 메일 검사는 할 수 없다. 따라서 (비록 외국에서는 접근이 극도로 어렵고 Active X를 설치해야 하지만) 웹메일만을 사용해라

  • 회사 메일이 이따위라면서 외부 메일로 회사일을 하는 것들은 잡아서 고발하겠다.(뭐라고?)


뭐랄까 요사이 클라우드 데이터 서버와 리모트 데스크탑 컨트롤에 재미를 느끼면서 혹시나 하는 맘으로 울 회사가 클라우드 컴퓨팅을 지원하지 않을까 꿈꿨던 마음이 몹시도 부끄러웠다.


아니, 이 회사를 십 몇년이나 다니면서도 아직도 그런 생각을 (헛된 꿈을) 했다는 나 자신을 용서하기 힘들다. -_-;;;;;


이런 이유로 오늘 하루 종일 내 아웃룩에는 이 메일이 하나도 오지 않았다.

정확히는 본사 메일로 한 통도 못받고 있는 동안 실제로 일하는데 사용하는 메일은 간만에 하루 150 이메일을 달성하리만큼 많이 쏟아졌다.

하기사 베트남이나 이라크 메일 서버만큼도 지원이 안되는 본사 메일을 업무에 사용하지 않은지 수 년이 지났기 때문에 당장 본사 이메일 시스템의 보안강화(???)에 큰 영향은 받지 않지만 나중에 본사 가서 저런 시스템을 이용해서 사업을 할 생각을 하니 답답해온다.


언젠가 선배가 말을 했다.


“아이고 이 넘아. 쓸데 없이 성질내지마라고. Tool이 거지같으면 딱 그 tool에 맞게만 일하면 되자나. 성질내야 너만 나쁜 놈 된다구”


나를 좋아라 하셨으며 나름 잘 생활하시다가 은퇴하신 선배를 떠올리면서 이제는 성격 죽이고, 순응하면서 중간정도 가는 생활을 해야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요사이 온 나라가 복고화된다고 하는데, 울 회사도 못지않게 그 길을 걷는 것 같다. 


대학교 다닐적에 쳐부셨던 그것들은 왜 도무지 없어지려고 하지 않는지. 

그 생명력에 경의를 표한다. 

이메일 하나 때문에 생각이 너무 나갔다가 이 글의 주제인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