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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사이공데일리

뒤로 가는 회사 이야기

by mmgoon 2015. 8. 25.


아츠미상의 재등장이라고나 할까요





뭔가 심각하게 보이는 이메일이 하나 왔다.

본사에서 새로 만들어진 정보관리처라는 곳에서 보내왔다.

첨부 파일도 잔뜩있고 본문도 길었지만 내용은 의외로 간단했다.


  • 뭐랄까 중요한 이유에서 인터넷 보안이 중요함을 느꼈다 (이걸 말이라고… 실제 이유는 새로운 처가 생긴 것이겠지))

  • 그런 이유로 인해 앞으로 POP3를 막겠다. 당근 아웃룩으로 메일 검사는 할 수 없다. 따라서 (비록 외국에서는 접근이 극도로 어렵고 Active X를 설치해야 하지만) 웹메일만을 사용해라

  • 회사 메일이 이따위라면서 외부 메일로 회사일을 하는 것들은 잡아서 고발하겠다.(뭐라고?)


뭐랄까 요사이 클라우드 데이터 서버와 리모트 데스크탑 컨트롤에 재미를 느끼면서 혹시나 하는 맘으로 울 회사가 클라우드 컴퓨팅을 지원하지 않을까 꿈꿨던 마음이 몹시도 부끄러웠다.


아니, 이 회사를 십 몇년이나 다니면서도 아직도 그런 생각을 (헛된 꿈을) 했다는 나 자신을 용서하기 힘들다. -_-;;;;;


이런 이유로 오늘 하루 종일 내 아웃룩에는 이 메일이 하나도 오지 않았다.

정확히는 본사 메일로 한 통도 못받고 있는 동안 실제로 일하는데 사용하는 메일은 간만에 하루 150 이메일을 달성하리만큼 많이 쏟아졌다.

하기사 베트남이나 이라크 메일 서버만큼도 지원이 안되는 본사 메일을 업무에 사용하지 않은지 수 년이 지났기 때문에 당장 본사 이메일 시스템의 보안강화(???)에 큰 영향은 받지 않지만 나중에 본사 가서 저런 시스템을 이용해서 사업을 할 생각을 하니 답답해온다.


언젠가 선배가 말을 했다.


“아이고 이 넘아. 쓸데 없이 성질내지마라고. Tool이 거지같으면 딱 그 tool에 맞게만 일하면 되자나. 성질내야 너만 나쁜 놈 된다구”


나를 좋아라 하셨으며 나름 잘 생활하시다가 은퇴하신 선배를 떠올리면서 이제는 성격 죽이고, 순응하면서 중간정도 가는 생활을 해야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요사이 온 나라가 복고화된다고 하는데, 울 회사도 못지않게 그 길을 걷는 것 같다. 


대학교 다닐적에 쳐부셨던 그것들은 왜 도무지 없어지려고 하지 않는지. 

그 생명력에 경의를 표한다. 

이메일 하나 때문에 생각이 너무 나갔다가 이 글의 주제인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