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포스팅에서 우리팀 애들에게 작은 기쁨을 주고자 비록 적은 예산이지만 무리해서라도 팀빌딩(team building)을 가기로 했다고 올렸었죠.
일단, 장소는… 베트남 남부 도시인 판티엣(Phan Thiet)으로 가기로 했습니다.
물론,
판티엣 출신인 봄양이
"흑흑- 왜 우리집으로 놀러가야해염"
이라고 했지만,
일단, 이 예산으로 갈만한 곳이 베트남에는 거의 없다는 점이 크게 작용을 했기 때문에
"아아, 너네 집으로 가는 것도 아닌데 걍 판티엣으로 가자고"
라는 의견이 분분해서 막내인 봄양은 결국 포기를 했습니다.
뭐랄까 막내의 설움이라고 할까요. -_-;;;
일단 장소가 정해졌으니, 한 아줌마와 봄양은 인터넷을 뒤지고 전화를 해대면서 이런저런 계획을 작성했답니다.
늘 얘기하지만 베트남은 모계사회라서 언뉘들이 결정하면 남자녀석들은 따라가는 것이죠.
그리고 오늘,
점심을 먹고와서 꾸벅꾸벅 졸고 있는데 한 아줌마가 방으로 휙- 하고 들어오더군요.
(아아- 노크를 하라고. 부장으로서의 체통이 -_-)a
"자자, 일단 이렇게 계획을 잡아봤어요"
"아아 그래요. 어디 봅시다"
꼼곰한 한 아줌마는 거의 시간 단위로 자세한 계획을 만들어 놨네요.
"그러니까 차를 한 대 빌려서 가는거지요"
"오오"
"판티엣으로 가는 길에 봄이네 집에 들려서 점심을 먹죠"
"뭐? 괜찮을까? 부담스러워 하시지 않을까?"
"봄이가 나서서 초대하던데요"
아아, 뭐랄까 선물이라도 사들고 가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뭘 사간다나...
"암튼 그리고 나서 숙소로 가는 것이죠"
"숙소가 여기야?"
"그렇죠 새로 생긴 곳이라네요."
"아아, 그 다음 날은…"
뭐 이런 식으로 그러니까 뭐랄까 아줌마는 인터넷과 주변을 수소문해서 본인이 한 번 가보고 싶은 곳들을 리스트에 좌아악- 넣었고,
이 결과
- 와이너리에가서 와인 맛 보기
- 진흙 목욕과 스파
- 고즈넉한 등대 방문
- 사막 투어
- 해안가 식당에서 저녁
등등이 계획되었답니다. 뭐랄까 여성스러운 계획이라고나 할까 사심이 가득한 계획이라고나 할까. 암튼
이렇게 말하고 나면 나름 완벽한데, 하나하나 바라보면 뭐랄까 약간식 빠진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네요.
그러니까 샴페인 성에 가서 와인을 먹는데, 명색이 와이너리라는데 왜 나파 밸리산 와인을 즐겨야 하는 것인지.
저녁을 '사이공 푸 꿕' 식당에서 먹기로 했지만 이 곳은 사이공도 아니고 푸꿕섬도 아니고,
등대 하나 그러니까 외로운 등대 하나 보겠다고 그 먼 길을 빙빙 돌아서 간다든지.
뭐 일단은 분위기상 계획에 서명을 해주기는 했으나…
그나저나 명색이 팀빌딩인데 가서 뭔가 팀웍을 위한 일을 해야하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프로그램을 준비할까 하는 그런 생각이 들기도 하네요.
뭐 3월말에 놀러갈 일이 생겨서 좋다는 얘기가 이 글에 주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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