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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다닌 이야기/우리 나라

한국에 들어가다

(출발하는 날)


뭐 재미없는 어디까지나 '공무상 국외여행'이지만 그래도 간만에 들어가는 한국이니까 시작되는 이야기.


우리 나라로 들어 가는 것이기에 그리 어려운 것도 아닌 준비를 했고, 

아무런 일도 없는 듯이 금요일에 술을 마셨고, 

토요일에는 골프를 쳤다.

그리고 교회에 다녀와서 몇몇 옷가지들과 선물들로 구성이 된 짐을 포장했다.

그리고 늘 그렇듯이 탄손녓에 와서 체크인을 했다.

생각해보니 정말로 간만에 대한항공을 이용하는 그런 여행이다.

늘 거지같다고 욕을 하면서도 베트남 항공을 타고 다니는데 (싸다-_-;;), 이번에는 뭐 너무나도 지극히 일상적인 출장이고, 옥이한테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더니


"흠. 한국사람이 한국으로 출장을 가니까' 


하는 식의 발상으로 당연히 대한항공의 표를 구해줬다.


공항에서 뭐 아무생각없는 베트남 사람들과 일부 몰지각한 한국 관광객들 덕에 짜증이 좀 났지만 비행기는 정시에 이륙을 했다.

외국여행을 많이 한 부장님 덕에 부장님은 저쪽 어디에 앉아있고, 나는 이쪽에 앉아서 나름 서로의 자유를 만끽하는 그런 시간이다.

원래대로라면 '한국가서 이걸하고 여기 연락하고' 하는 생각이 들어야 하겠지만 

아직까지는 '월요일에 확인 전화하고, 수요일에 ㅇ씨 시추선 보내고' 등등의 베트남 적인 생각만 든다.

뭐 한국가면 적응이 되겠지.


참 간만에 올라탄 대한항공에 대한 이미지는...

일단은 서비스가 열라 좋다.그리고 서비스가 빠르다.

이젠 적응이 된 베트남항공의 예의 불친절하고 느릿한 서비스와는 정말로 비교가 되는 그런 정도다. 대한민국 만세!!

또 하나는 비행기가 새거라서 그런지 좌석이 좋고, 무엇보다 조용하다.

앗, 방금 눈가리개와 칫솔 세트까지 나눠준다. 으음 감동...


그러고 있는데 옆에 베트남 아저씨 슥슥 양말을 벗어댄다. -_-*

그러고보니 베트남 사람들 비행기 타면 양말 슥슥 벗어서 맨발로 있는 사람들이 꽤 되는데 이것만 보면 우리나라 사람들은 진정 선진국이다.


12시30분이다. 슬슬 자볼까나.

아침이 맛있기를....


자려고 하는데, 순간 맥주가 땡긴다. (이거 알콜 중독인지...-_-;;;)

아아, 감동스럽게도 부탁하자마자 맥주와 안주용 콩을 가져다가 주는 것이 아닌가!!!

3년반만에 처음으로 먹어보는 하이트가 찌릿하게 넘어간다. 

솔직히 맛있다는 얘기는 아니지만 친절이 주는 감동에 목말랐던 나는 기분이 스윽 좋아졌다.

옆에서 벗은 발을 주물럭거리면서 자는 인간만 아니면 최고일텐데. 더러분 넘.


맥주를 마시면서 몇 마디를 하자면...

정말로 간만에 한국 젊은 여성을 보는 까닭으로 (베트남에선 볼 일이 거의 없다) 

이건 아닌줄 알지만 자꾸 스투어디스 언뉘들 얼굴을 흘끔거리면서 보게된다. 


신기하다. 

으음- 나도 저들과 같은 종족이란 말이지....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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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날)


그리고 한국에 무사히 도착을 했다.

지난 겨울의 경험을 되살려서 짐을 찾고 바로 준비한 점퍼를 꺼내 입었다. 허억- 

오늘은 현재기온 6도로 포근한 날이라고? 호치민이 40도 였으니까 34도의 차이가.... -_-;;;

추위에 떨면서 공항버스를 집어타고 어무이 집으로 왔다.

잽싸게 준비된 선물들을 어무니에게 전달을 하고 (착한 아들-_-a) 대충 샤워를하고 회사로 향했다.


간만에 회사 사람들과 인사를 하고 모르는 수 많은 신입사원들은 걍.... 무시했다기 보다는 그들이 나를 무시했다. 

흑흑 얘덜아 나도 이 회사 직원이란다.

바로 사장님의 연설을 듣고 워크샵을 시작했다.

뭐 대리급들은 긴장하고 들었지만 내겐... 걍 장난이었다. 

밥먹고 눈 뜨면 하는게 이 일인데 솔직히 장난 같았지만 분위기는 맞춰준다는 식의 지극히 샐러리맨적인 생각으로 버텼다.

게다가 이번에는 도데체 얼마나 싼 값에 용역사를 선정했는지 컨설턴트 녀석 완전 초짜다. 

게다가 저 양넘 녀석 완전히 우릴 바보로 아는지 실수 투성이다.

심심할까봐 장난을 좀 쳐줬더니 아에 죽을 쑨다. 쿠후후 잠이 좀 깬다.


저녁은 예상대로 공식 식사를 했다.

님들의 말씀이 이어지고 공식건배가 뒤를 따랐다. 하/지/만/

간만에 먹는 한국음식이 열라 맛있어서 말씀은 귀에 들어오지 않는다. 

내앞에 있는 모모 과장은 아에 해산물을 끼고 먹어댄다. 

(참고로 과장님 일하는데서 젤로 가까운 바다는 2000킬로를 가야 한다. 쳇- 이 넘의 직업 좋은데서는 석유가 안난다)


결국 간만에 한국에 기어 들어 온 각 지사 인간들은 폭주를 했고 (당연하지 않은가?) 본사 담당 부장들은 완죠니 취하거나 엄청난 재정적인 피해를 봤다.

집에 오니 2시다.  T_T 

제귈... 어제도 비행기에서 2시간 밖에 못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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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날)


그리고 그 다음 날도 별거없는 회사생활이 이어졌다.

계속 재미없는 발표가 이어지고 베트남 출신들끼리 모여서 한 잔을 했다.


약 8-9년전 모습처럼 녹번역에 내려서 다니던 국민학교를 지나서 집으로 향했다.

언듯 변한 것 같지만 역시나 변두리쪽의 익숙한 느낌이 들었다.

주변에서 익숙하게 들리는 모국어가 비록 내용은 별거 아니지만 봄 밤의 하늘을 물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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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째 날)


세번째 날도 느끼한 속을 붙잡고 일어나서 지하철을 타고 회사에 나와 워크샵을하다가 공식 점심을 먹었다.

으음... 처장님이 3년만에 만난 기념으로 탕슉과 짬뽕을 쏘셨다. 나름 센스라고도 할 수도 있겠지만...흠흠.


그리고는 친구녀석들에게 연락을 했다.

당근 녀석들은 뛰어 나왔다.

간만에 신촌에 모여서 (왜 고대생들이 신촌에 모여서 -_-;;) 간만에 학생때 마시던 속도로 술을 기울였다.

봄비가 축축하게 온다.

뭐 나름 멋진 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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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째 날)


마지막날은 별거 없다.

그저 지난 3일간 하지 못한 그런 쇼핑의 연속이었다. 

이마트로 가서 필요한 것들을 구입하고 (드뎌 명란젓을 샀다. 후후후. 당분간 식사 걱정 끝) 

한국에 오자마자 고장난 안경을 고치고 

어머님과 점심을 하고 

다시 서점에 가서 책을 몇권 구입하고 

등등 정말 정신없는 시간이었다.


당근 회사에는


"아아- 간만에 한국에 왔더니 탈이 났어요" 


라고 거짓말을 했다 -_-a (사장님 용서해주세요. 2년만에 왔더니 사고픈게 넘 많아여)


책을 사러 가는 동안 평생 자라왔던 불광동 시장을 지나갔다. 

여기서 난 식재료들이 나를 키워왔고, 중학교와 대학교 내내 이 길들을 지나서 다녔다. 변두리 출신 내게는 이런저런 추억이 있는 그런 곳이다.

시장에 들어서자 지난 5년간 여기저기 떠돌았다는 생각이 푹- 하고 난다.

울컥하고 할머니 손을 잡고 다니던 그런 시간들이 내게 다가온다.

당장이라도 익숙하게 생선을 사다가 끓여서 먹고 싶은 충동이 들었다.

결국 어릴적부터 좋아했고 아직도 그 집에 있는 만두집에서 김치만두와 고기만두를 구입해서 집에서 어머니와 점심으로 먹었다.

정말 그리운 맛이 올라온다.

어머니야 뭔가 정상적인 점심을 기대한 것도 같지만 난 그 고기만두에 유혹에서 벗어날 수가 없었다.


그리고 수순을 밟아서 공항에 도착을 했고 이제는 이쪽이 익숙해진 이쪽 삶이 나를 다시 둘러싸고 있다.

공항에 도착해서 필살기를 이용해서 (알려드릴 수 없는 혼자여행의 노우하우 입니다 ^^;;;) 

모닝캄에서 체크인을 하고 (당근 모닝캄 회원은 아니져) 여유잡고 울 떨거지들 선물 구입하고 바에 앉아서 맥주를 한 잔 하고 있다.


이게 한국에서 마지막 한잔이고 뭐 당분간은 여기 올 일이 없겠지.


아, 그리고 비행기에서 후식으로 딸기와 치즈케익이 들어간 아이스크림을 먹었다.

열라 맛있었다.


그리고 지금 착륙 40분전이라는 안내 방송이 나온다. 

다시 익숙해진 세계로 들어가는 것이다. 

공행에 내리면 기사아저씨가 기다리고 있고, 내 아파트로 들어가서 맥주 한 두잔 정도 마시고 잠이 들고 내일이면 어김없이 회사로 출근을 하겠지.


좋아 뭐 이 정도면 멋진 여행이었다.

신나게 한국음식도 맛봤고,

친구들도 만났고,

어머니와 나름 시간도 보냈고,

회사에도 내가 죽지 않았다는 걸 보여줬고,

5년만에 봄을 즐겼다.


잠깐 다시 한국을 떠난다.

돌아올 것을 믿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