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다니다가 적은 글)
정말로 간만의 일인데, 어찌어찌 시간이 났고 비가 줄줄 내렸던 지난 번과 달리 오늘은 햇볓이 쨍쨍나는 그런 날이었으며,
뭐라도 하면서 시간을 보내야하는 그런 상황이었기 때문에 느느막히 체크아웃을 하고 짐을 맡겨 놓고 서울을 걸어다니기 시작했다.
이번에 숙소는 인사동 바로 근처에 있는 곳이어서 마음의 준비나 이동시간 없이 바로 걸어다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서울은 이제 덥지만 슬슬 시원한 바람이 부는 그런 날씨이고 습도도 낮아서 걸어다니기 적당했다.
인사동을 지나고 조계사를 돌아서 반디앤루니스나 영풍문고에서 정말로 간만에 책들도 구경하고 베트남 직원들용 선물도 구입했다.
서울은 그 동안 뭐랄까 더 걸어다니가 좋은 그런 도시가 되어 있었다.
널직한 대로도 있었고, 뒷 골목들도 잘 정비되었으며 충분한 그늘도 제공을 하고 뭔가 아기자기한 느낌을 주는 것들이 많이 새로 생긴 느낌이다.
이건 사실 걸어다닐 수 없는 중동에서의 삶과 뭐랄까 걷기에 정신이 없는 베트남에서의 생활이 준 결과일 수도 있지만
암튼 간만에 도시를 걸어다니면서 그 동안 복잡했던 마음이 어느 정도는 누그러지는 그런 느낌이 들었다.
아무 생각 없이 휴가를 내고 서울 도심에 있는 작고 깨끗한 호텔에서 지매면서 한 일주일 걸어만 다니고 싶다는 생각이 계속 든다.
다리도 아프고 덥기도 하고 그래서 문득 조용해 보이는 카페에 와서 아이스커피를 쪽쪽 거리면서 이 글을 쓰고 있다.
붐비지 않는 그런 카페가 토요일 오후에 서울에 있다니 참으로 놀라울 뿐이다.
내 앞자리에는 중국 관광객인 것으로 추정되는 모녀가 앉아있고, 딸을 데리고 놀러나온 것 같은 부부가 저쪽에,
엄마와 이모들과 외할머니와 나온 어리 딸이 저쪽에 앉아서 커피라든지 아이스크림 등등을 조용히 (아아- 베트남에는 꿈꿀 수 없는 정도로 조용히) 먹고 있다.
'돌아다닌 이야기 > 우리 나라' 카테고리의 다른 글
그래서 한국 출장 (0) | 2016.09.01 |
---|---|
눈이 오는 한국 출장기 (4) | 2016.01.18 |
미리 쓰는 여행기랄까 (4) | 2015.08.25 |
한국에 무사히 들어왔습니다 (2) | 2015.04.29 |
한국에 들어가다 (2) | 2007.04.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