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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적거림들/사소한매뉴얼

헬리콥터 타는 법

by mmgoon 2005. 6. 1.




이 매뉴얼은 정확히 말하자면 ‘바다에서 뭔가 일을 하기위해 헬리콥터를 타는 법’ 이다.


우리 주변에는 의외로 헬리콥터라는 물건이 많다.

실제로 우리가 알고 있는 모든 공항에도 헬리콥터를 위한 게이트가 존재하고 베트남 붕타우 공항은 헬리콥터만을 위한 전용공항이다.


영화에서 처럼 높은 빌딩 옥상에 투두두 내리는 헬리콥터를 타고 비밀회의라든지 혹은 여자 친구집에 가는 헬기는 뭐 큰 문제가 없지만 (부럽소 당신들), 

나처럼 돈을 벌기 위해 (이렇게 써놓고 나니까 처절하군) 해양에 있는 플랫폼이나 시추선이나 뭐 이런 살벌한 곳으로 가는 수단으로 헬기를 타는 방법은 조금 다르다.




제 1 단계


‘뭐냐’ 싶기도 하지만 헬기를 탄다는 것은 엄연하게 택시를 타는 그런 레벨과는 다르니까 나름대로 단계라는 것이 존재한다.


일단 첫 번째 단계로 HUET 필요에 따라서는 BOSAT 자격증을 따야한다.

지금도 내 여권에는 이 두 자격증명서가 꽂혀있다. 

헬기를 타기위해 표를 받기위해서는 여권과 함께 이 자격증을 보여줘야 한다.


HUET이란 Helicopter Underwater Escape Training의 약자로 우리말로 하자면 ‘헬기 수중탈출 훈련’이 되고, 

BOSIAT은 Basic Offshore Safety Induction & Emergency Training의 약자로 ‘기본 해상안전 및 비상 훈련’이다.


이 훈련들의 목적은....


먼저 HUET의 경우, 


만일 헬기를 타고 가다가 (이 세상에서 가장 안전한 운송도구라고 늘 조교는 말하지만) 고장등의 불미스런 이유로 인해서 

헬기가 바다에 빠진 경우 또 대부분은 물에 둥둥 뜨는데 (그렇게 만든단다) 

머리가 무거운 헬기의 특성상 여기서 다시 재수가 없는 경우 홀라당 뒤집혀서 물속으로 가라앉는다. 


이 때를 대비한 훈련이다.

요령은 기장이 ‘떨어져요~’ 하면 잽싸게 창문 혹은 문에 위치를 확인하고 수면에 임팩트시 다치지 않는 자세를 취하고 

임팩트하고 뒤집어지면 물이 차기까지 기다리고 물이 다 차면 안전벨트를 벗고 문이나 창문의 비상레버를 빼서 열고 

손만을 이용해서 빠져나가서 물위에 도착한 후 구명조끼에 바람을 넣으면 된다.


HUET 훈련모습



BOSAT은 별거 아니다.

플랫폼이나 배에 불나면 지정된 구명정으로 뛰어가서 라이프 자켓을 입고 도망가거나 이동 시간이 없으면 몸을 일자로 만들어 물에 뛰어드는 훈련이다. 

라고는 하지만 실제로 기름이 둥둥떠서 불붙는 바다에 게다가 여기는 상어도 많은데 뛰어들기는 쉽지 않을듯하다.


이게 보통 3일에서 5일정도 코스인데 (참가비 200-300만원) 무사히 실기 및 필기 시험을 통과하면 3년짜리 자격증이 주어진다. 

군대 생각하면 된다. 

당근 3년되면 다시 받아야 한다. 군대가는 느낌이 든다. 흑-




제 2 단계


이제 자격증도 있고 회사에서 헬기타고 가라고 명령도 내렸으면, 전화를 걸어서 담당자에게 예약여부를 확인하고 공항으로 간다.


큰 공항의 경우 한쪽 귀퉁이에 있는 헬기전용 카운터로 가면 대부분 담당자가 있는데 카운터에서 짐을 든 상태로 몸무게를 채고 (헬기는 무게에 민감하다) 짐을 붙인다. 

이 때 무게가 좀 심하게 나가면 짐 핑계를 댈 수 있어서 좋다.


짐에는 발화성 물질 등의 위험물은 안되며, 기본적으로 기내에는 아무것도 들고 들어갈 수 없다. 라이터, 모자 등도 금지된다. 

단 예외는 종이로 만든 책, 노트북등의 예민한 물건 정도다. 

카운터에서 자격증과 건강상태 (술마시고 가면 안태워준다) 등을 확인하고 소지품 검사를 끝내면 표를 준다. 

이것과 여권을 들고 대기실로 간다.


대기실에 가면 다시 이쁜 언니 혹은 아저씨가 와서 비디오로 헬기 탑승시 주의사항을 다시 한 번 보여준다. 

이 것도 다보고 빈둥거리면 문이 열리고 헬기가 보이거나 버스를 타고 헬기까지 이동한다.


보통 이 경우 구명조끼와 귀마개를 나눠준다. 

그렇다. 헬기는 구명조끼를 입고 타는 것이다. 열라 불편한 것은 당연하다.


구명조끼를 입고 헬기를 바라보면 대부분의 경우 로터가 빙빙 돌고 있다. 

헬기의 안전 방향 그러니까 옆에 있는 문으로부터 60도 안의 범위에서 헬기에 오른다. 

이 밖으로 나가면 큰 날개에 맞아서 목이 없어지거나 작은 날개에 맞아서 머리가 짝 갈라지거나 한단다. (실제로 사진도 안전교육시 보여준다)


헬기에 오르면 이쁜 스튜어디스 언니는 당근 없고 어떠한 음식이나 음료수도 없다. 제길.


오르자마자 허리와 어께로 안전벨트를 하고 헤드폰으로 귀마개를 한다.

딱 요기까지 하면 몸이 거의 움직일 수 없게 된다. 열라 시끄럽고 시동건지 얼마 안돼는 열라 덥거나 춥다.



제 3 단계


비행중에는 정말로 할 일이 없다. 

절대로 안전벨트 사인은 꺼지지 않고 일어날 수도 없다.

또 엄청 시끄럽고 헤드폰을 끼고 있어서 옆에 녀석이랑 얘기하기도 그렇다.

빨랑 책을 보다가 자버리는 게 최선이다.


헬기가 약간 덜컹거리면서 속도를 줄이면 이제 착륙할 때가 가까워 왔다는 거다. 

혹은 난기류 후후

기장의 방송이 나오고 헬기가 착륙을 하면 ‘살았구나’ 하는 생각이 몰려온다.

흥분하지 말고 절대로 자리에서 일어나지 말고 바깥쪽에서 문을 열어주기를 기다린다.

바깥쪽으로부터 문이 열리면 아까 말한 안전지역으로 유도요원의 안내에 따라 내린다. 

이 때 아까 실었던 집을 헬리덱에서 주워서 들고 간다.


도착해서 안전교육을 받는 동안 헬기가 떠나는 소리가 들린다.

이제 일 시작이다. 삼일만 지나면 그 지겨운 헬기가 타고 싶어 미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