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베트남에도 이런저런 전래동화가 많다죠.
오늘은 며칠전 하노이 가는 베트남 항공 비행기 안에서 읽은 이야기 하나를 소개합니다.
뭐랄까 읽고 나면 '음?' 하는 느낌이 나는 이야기 입니다.
이 이야기의 제목은 꽈 버우 띠엔 (Qua Bau Tien) 입니다.
자, 시작합니다.
옛날 옛적에 한 동네에 엄청나게 착한 소년이 하나 살고 있었습니다.
소년은 가난했지만 주변 사람들과 동물들에게 선행을 베풀었기에 그의 집 주변에는 항상 많은 동물들이 살았고,
봄이 되면 새들이 몰려들어 그의 집 주변에 둥지를 틀었답니다. (도데체 얼마나 착한 건가 -_-a)
어느 날 여우가 소년의 집 근처에서 제비 한 마리를 잡았습니다.
제비는 어찌어찌 여우에게서 벗어났지만 날개가 부러진 채 땅에 떨어지고 말았죠.
이를 발견한 소년이 이 제비를 집으로 데리고와서 상처를 치료하고, 둥지를 만들어 주고, 음식을 먹여가면서 돌봐줬습니다.
소년의 정성 덕분에 제비는 살아날 수 있었습니다.
그 해 가을이 되자 다른 제비들은 따뜻한 남쪽으로 날아가려고 준비를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소년에게 구조된 제비는 소년을 두고 가기가 망설여졌습니다.
친구들을 따라서 남쪽으로 가고 싶기는 했지만 자기를 구해준 소년을 떠나기도 싫었던 것이죠.
(여기보다 더 따뜻한 곳이라... 아마도 이 이야기는 북베트남에서 나왔을 수 있네요)
이런 모습을 본 소년은 제비에게
"친구들과 같이 남쪽으로 가렴. 이곳 겨울은 너무 춥단다. 나중에 봄이 되면 돌아와"
라고 했습니다.
그리고는 제비를 하늘로 올려서 날아가게 했습니다.
제비는 하늘을 날아서 친구들과 만나 남쪽으로 날아갔습니다.
제비는 친구들과 같이 하는 즐거움 속에서도 소년을 잊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봄이 되자 소년은 소박한 집으로 다시 날아왔습니다.
그리고는 소쿠리를 만들고 있는 소년을 발견하고는 제비는 매우 기뻤습니다.
제비는 소년의 머리 위를 돌다가 씨앗 하나를 떨어트립니다.
소년은 이 씨앗을 심었고 이윽고 싹이 나더니 엄청나게 빠르게 줄기가 자라고 열매를 맺기 시작했습니다.
맺은 열매는 박인데 너무 커서 소년의 가족들이 다 나서서야 옮길 수 있었습니다.
식구들과 함께 이 박을 타자 놀랍게도 박 안에는 보석과 진귀한 물건들과 맛난 음식들이 가득했습니다.
이 소식은 사람들의 소문을 타고 그 지방 영주의 귀에도 들어갔습니다.
그도 제비가 가져다 준 그 박을 얻고 싶어서 제비 새끼의 다리를 부러트리고 치료를 해 준 다음 가을이 되자 제비를 하늘로 올려보내면서
"작은 제비야 날아가서 내게 박을 가져다 다오"
라고 했습니다.
불쌍한 제비는 울면서 남쪽으로 날아갔죠.
그 제비는 다음 봄에 영주에게 박씨를 하나 물어다 줍니다.
영주는 이 씨앗을 심고 밤낮으로 살펴봅니다.
박이 자라자 영주는 부하들에게 그 박을 자기 집으로 옮기라고 하고는 박이 집에 도착하자 모두 집 밖으로 내보냅니다.
그리고는 박을 탔습니다.
그러자 뱀들과 지네들이 잔뜩 나타나서 영주를 잡아먹어 버렸답니다.
Qua Bau Tien 이라는 제목의 베트남 옛날 이야기 입니다.
어디선가 들어본 것 같지 않나요?
우리의 흥부놀부전과 참 많이 비슷합니다.
제비도 그렇고 박도 그렇고 등등.
물론 박이 우리나라 둥근 박이 아니라 조롱박이고, 놀부 형님이 아니라 나쁜 영주인 점이 다르지만서도요.
추석 연휴라서 전래동화 하나 올려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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