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돌아다닌 이야기/베트남

두 번의 하노이 방문

by mmgoon 2017. 6. 23.


"그러니까 우리 대장이 좀 보재"


지난 주 월요일인가 붉은 토끼 녀석이 전화를 했습니다.


"언제?"

"낼 아침"

"뭐?"


결국 토끼네 대장 스케쥴에 맛추기 위해 김부장은 미친듯이 항공권을 예매하고, 호텔 잡고, 짐을 챙겨서 탄손녓 공항으로 갔습니다.

겨우겨우 표를 구할 정도로 호치민-하노이 구간은 항상 사람들이 붐빕니다.


너무나도 익숙하게 체크인을 하고, 비행기에 올라서 나눠주는 빵 하나를 우물거리면서 약간은 지겹게 하노이로 날아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윗쪽에서 투욱- 하고 뭔가 떨어집니다.

옆을 보니 내 오른쪽에 앉아있던 청년이 왠 플라스틱 패널에 머리를 맞았습니다.

위쪽을 올려다 보니 패널이 떨어지고 나무로  되어있는 부분이 보입니다.


'뭐야?'


하고 쳐다보는데 갑자기 나무 판자가 들어올려지면서 스투어디스와 눈이 마주칩니다.

결국 알고보니 내 위쪽은 승무원 휴게실이었고, 무슨 이유에서인지 몰라도 그 휴계실을 가리고 있던 플라스틱 패널이 떨어진 겁니다.




당연히 베트남 항공 스튜어디스들은 미안하다라든지, 안전에는 걱정이 없다라든지 하는 설명 하나 없이 떨어진 플라스틱 패널을 원위치 시킨다고 낑낑거리다가 결국 포기하고 돌아갑니다.


뭐랄까,

지겨운 비행에 재미를 선사했다고 그리고 내 머리 위로 떨어지지 않았다고 스스로 생각을 하면서 하노이 노이바이 공항에 도착을 했습니다.


그리고는 너무 많이 가서 익숙한 캔들호텔에 체크인을 하고 호텔 근처에 식당에서 저녁을 먹고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다음 날 나름 높은 사람을 만난다고 정장을 차려입고, 체크아웃을 하려고 하는데 창밖으로 비가 내리기 시작합니다.



인근 여인숙에도 세차게 비가 옵니다.


비가 점점 심해져서 창문도 이렇게되었죠.



비는 점점 거칠어지고 마치 하늘을 가르고 용 6마리 정도가 승천을 하는 듯이 천둥과 번개가 미친듯이 쳐댑니다.

이미 하노이 거리는 물바다가 되었죠.


그러나,

하늘이 두쪽나도 업무는 진행되야하는 한국 샐러리맨들은 베트남 친구들이


'저것들이 미쳤나? 이 비에 나가네?'


하는 얼굴을 짓고 있음에도 바로 차에 올라서 물살을 가르며 회의장소로 출발을 했습니다.

하노이 도로는 물이 출렁거리고 오토바이 고장나고 자동차 퍼지고 등등 정말 최악의 교통지옥을 보여줬습니다.

나중에 신문을 보니 장난이 아니었답니다.

기사아저씨가 앞이 하나도 안보이는데 운전 잘 하더군요. -_-;;;


그리고 높은 분 면담


"알간? 우리가 시키는 대로 하란 말이지"

"그게..."

"문답무용. 내 말대로 햇"


뭐 대충 이런 얘기를 나눈 것 같습니다. 밖으로 나와서


"야야, 너네 대장이 왜저래?"

"아아아- 요사이 정치적으로 격변기라고. 니들이 이해해죠"

"일단은 다음 주 초에 기술회의와 커머셜쪽 실무회의를 하자고. 자세한 설명은 그 때 해줄께"

"웅 그래"


회의장을 빠져나와 근처 커피숍에서 까페다(베트남식 아이스커피)를 마시면서 미친듯이 잽싸게 본사 보고서를 만들어 이메일로 날리고 다시 노이바이 공항으로 향했습니다.



하노이에서 호치민으로 돌아오는 비행기는 베트남 저가항공인 비엣젯 항공이었죠.

열라 자리가 좁고 시끄럽더군요.



그리고 다음 날 출근을 했더니 토끼 녀석이 전화를 걸었습니다.


"아아, 그러니까 다음 주 회의자료를 보내줘바바"

"뭐? 자료? 야, 너랑 나랑 어제 만나서 다음 주에 회의하자고 어제 말했자나. 나 오늘 출근했다고"

"아아- 그런데 우리 규정상 회의자료는 최소 일주일 전에 줘야해"

"장난쳐? 아직 파워포인트도 실행안했다고. 되는 대로 줄테니까 기다려"


이 후로도 녀석은 끊임없이 전화를 해서


"아아- 빨랑 달라고-"


를 해댔고, 

김부장은 70장이 넘는 발표자료를 하루 반만에 만들어서 내부검토 2회하고, 본사 보고하고, 토끼들에게 송부를 했습니다. 덕분에 자료에 오타가 좀 있었다는 -_-;;;;;;;;




그리고 지난 화요일에 다시 하노이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죠.


"김부장아. 캔들호텔 너무 많이 갔더니 지겹다. 좀 괜찮은 호텔 없냐?"


라는 분부를 받잡고 이번에 선택한 호텔은 하노이 실크패스 호텔 입니다.

사실 시간이 없었고 이상하게 요사이 하노이 호텔 예약이 꽉차서 결국 '예약 가능한' 호텔을 잡은 겁니다. 

(소장님은 모르고 계시져 -_-;;;;) 



호텔방의 모습



이렇게 보니 커보이는데 실제로는 좁습니다


놀랍게도 커튼이 자동식




오늘 저녁은 지난 번에도 갔었던 분짜집 흥 리엔에서 했습니다.

오바마 전미국대통령이 다녀간 이후 사람들이 끊이지 않고, 뭐랄까 약간 음식의 질이 떨어졌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아직도 분짜와 함께 하노이 맥주를 먹어주는 맛은 참 좋습니다.





그리고 호텔로 돌아오면서 과일스무디를 사서 먹어줬답니다.

달달하니 맛있더군요.




기술회의의 날이 밝았습니다.

지난 번 하노이는 비가 좍좍 오더니 이번에는 맑은 하늘이 김부장을 반기네요.




그리고 기술회의를 끝냈습니다.

뭐... 중간중간에 고성과 삿대질들을 포함한 토끼들과의 기술회의는 뭐.... 뭐.....

그래도 다행히 이번에는 똑똑한 토끼들이 몇 명 참석을 해서 상황을 적정하게 이해를 시킬 수 있었습니다.


호텔로 돌아와서 회의결과 보고서 만들어서 본사로 보내고, 본사와 통화하고 내일 회의 자료 수정을 했더니 저녁시간이 되더군요.

저녁은 호텔에서 슬슬 걸어서 인근에 있는 베트남 식당에서 역시나 맥주와 함께 해줬습니다.


하노이 길거리 식당은 왠지 호치민 것과 느낌이 다릅니다.


더운데도 밖에서 먹는 식당들이 많네요




저녁을 먹고 호텔에 돌아와 자고, 

다음 날 체크 아웃을 하고,

커머셜쪽 회의를 토끼들과 하고 (커머셜 토끼들은 왠지 조용하더군요),

결과보고서를 쓰고,

공항으로 달려와서 가까스로 호치민행 비행기를 타고,

익숙한 호치민으로 돌아왔습니다.


집에 들어가니 넘 피곤합니다.

결국 밥 하기가 귀찮아서 바에 들려 (엥?) 안주와 맥주를 먹어댔습니다.


어찌어찌 매 주 하노이에를 가는 상황이 되어버려서 시간이 휙휙- 날아가버린 느낌입니다.

내일은 주말인데... 과연 조용하게 보낼 수 있을까 궁금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