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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사이공데일리

양파가 없는 현실

by mmgoon 2018. 1. 15.




처음에는 별 것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아아, 양파가 안보이네"

"글쿤여. 양파가 떨어졌어염"


뭐, 울 아파트 1층 수퍼에 물건이 떨어지는 것이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기 때문에 처음에는 별 것 아니라고 생각했다.


며칠 후 다시 수퍼에서 양파를 찾았으나 보이지 않았다.


"양파가 없어. 도데체 언제 들어오는 거야?"

"어? 아직도 없어여? 글세여. 언제 들어올지 몰라염"


아아, 이래서 영세한 수퍼는 뭐 이런 마음으로 다시 며칠을 지내다가 주말을 맞이했고,

교회에 다녀오면서 쇼핑몰 지하에 있는 큰 수퍼엘 갔다.

그런데 수 많은 과일과 수 많은 야채들이 뒹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오로지 양파만이 그 모양을 보이지 않는다.


"저기 양파는 어디있나여?"

"저쪽에여"

"그쪽에 가봤는데 없다고요"

"그럴리가여"


라고 직원과 동행한 야채코너에는 역시나 양파가 없었다.


"어? 왜 없지?"

"여기 없으면 없는 건가여?"

"그렇져. (단호)"


이런 식으로 한두군데 가게를 더 다녀봤지만 양파를 구할 수 없었다.

도데체, 베트남 양파에 무슨 문제라도 생긴 것이란 말인가.

공연히 지난 번 하노이 양파라고 해서 샀었는데 일부 상하고 이상한 냄새가 나는 것 같아서 버렸던 녀석들을 버리지 말 걸 하는 생각도 들었다.

미친척하고 수입품 가게에서 미국에서 온 양파를 살 수도 있지만 그러기에는 양파의 존재감이 그리 크지 않고 (참고로 녀석들은 고기보다도 비싼 가격이다),

해서 집으로 돌아왔다.


막상 지난 주부터 현재까지 양파가 없는 생활을 하고 있자니 의외로 음식에 양파라는 녀석이 많이 들어간다.

볶음밥도, 볶음국수도, 카레라이스도, 이런저런 반찬에도 양파라는 녀석이 없으니 왠지 원래의 맛이 나지 않는다.

베트남에 정부가 알려주지 않는 무슨 양파를 몰살시키는 병이라도 도는 것이 아닌지.

아, 양파 하나 사러 시장까지 가기 너무 귀찮은데 말이다.


그나저나 시장에까지도 양파가 없다면....

이 사태는 어떤 국면으로 흘러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