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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사이공데일리

베트남 스타일은 다르다고

by mmgoon 2018. 1. 18.



평소에 늘 미니멀리즘을 외치고 다니지만 왠지 쓸데없는 것들을 잘 구입해서 모아두는 본인입니다.

지지난 주말인가 점심도 먹고 장도 보려고 그리고 무엇보다 집에서 빈둥대는 자신이 한심해보여서 대충 떨쳐입고 쇼핑몰로 갔습니다.


이것저것 구경을 하다가 락앤락 매장엘 들렸습니다.

참고로 베트남에서의 락앤락이 위치는 상대적으로 우리나라보다 높은 편입니다.

여기에 공장도 있고, 나름 화려한 직영매장들이 큰 쇼핑몰들에 상주해 있습니다.

우리 나라에서는 용기업체의 이미지가 강하지만 베트남에서는 용기뿐만 아니라 금고, 주방용품, 목욕용품, 쿠쿠를 비롯한 가전, 위생용품 등등을 취급합니다.


팬이 내장된 바베큐틀에 마음이 흔들리기도 했지만 (네네, 이런 것도 락앤락에서 판답니다) 불운한 재정상태 등을 떠올리면서 겨우 참았죠.

그렇게 스스로를 대견해하면서 옆쪽을 보았더니

어헉-

블렌더인데 그러니까 위쪽이 텀블러로 되어 있는 녀석이 있었습니다.




순간, 머리속에서


'베트남에 넘쳐나는 과일과 채소들을 슥슥 갈아서 텀블러에 두었다가 아침에 멋지게 가지고 출근하는 김부장'


의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게다가 얼마전에 의사 새임이 '아아, 뭔가 몸을 위한 일을 하시라구여' 라는 말도 했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이런 이유로 스스로를 안심(?)시키면서 녀석을 구입해서 잽싸게 집으로 왔습니다.

그리고 바로 일단 기본적인 사과와 당근 쥬스를 해봤습니다.

1차 시도의 결과물은.... 너무 진합니다 거의 죽처럼 나오네요. 물을 추가해서 겨우 필요한 점도를 얻어냈습니다.


이 후로 다시 수퍼로 가서 수박과, 딸기와, 냉동베리와, 추가 사과와 배 등등을 구입했죠.

그리고는 시간 날 때 갈아서 텀블러채 (2개를 줍니다) 냉장고에 넣어두었다가 심심하면 마셔댔습니다.

결국 회사에는 들고가지 않았지만 뭐랄까 건강을 위한 쥬스의 흡입량이 늘어났다고나 할까요.


문제는 이게 나름 과일도 사와야 하고, 갈다보면 조금씩 남는 부분이 있다는 것도 있고, 귀찮기도 하고, 나름 설것이도 해야하고,

정작 마시고 싶을 때에는 쥬스가 없다는 것과 어떨 때에는 쥬스를 왠지 마시기가 싫어서 며칠간 방치하다가 버릴 때도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이렇게 예상치 못한(응?) 문제를 안고 살아가다가 엇그제 반미를 사가지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었습니다.


'응? 쥬스가게가 생겼네?'

"아아, 어서오세염. 저희는 자연주의 생과일/생야채 쥬스가게랍니다"

"직접 갈아주는 건가요?"

"글쳐. 손님이 메뉴를 고르시면 바로 갈아들여여"

"얼만가여?"

"한 잔에 25000동(1200원)입니다"

"당근 쥬스 하나 주세여"

"넹"


집에 가지고 와서 마셔보니.... 뭐랄까 프로의 맛이랄까 훨씬 부드럽고 건더기가 목에 걸리지도 않으면서 맛있었습니다.

게다가 가격도 착하고.

이후로 종종 들려서 몇 개 구입해서 냉장고에 두고 마시고 있죠.

어제도 퇴근하다가


"아아, 쥬스 이거하고 이거를"

"그런데여 미스터 킴. 이거 드셔보세여"

"이게 뭔가여?"

"이 쥬스는여 4가지 재료를 함께 섞은 것인데 피를 맑게 한답니다"

"오오 그것도 주세여"

"넹"


아침에 출근하기 전에 붉은 색의 4가지 재료를 넣은 쥬스를 한 잔 했습니다.

아마도 비트루트와 몇몇 과일이 들어간 것 같네요.

왠지 몸이 좋아진 것 같은 생각을 가지고 출근을 하다가 문득 언젠가 구입했던 텀블러가 달린 블렌더가 생각났습니다.


그렇습니다.

녀석이 나쁜 것이 아니라 뭐랄까 녀석은 베트남 스타일은 아니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잘 모셔두었다가 나중에 한국에 가서 사용해야 할 듯 합니다.


이렇게 이삿짐이 하나 늘었다는 포스팅입니다.

하아- 이 넘의 지름신은 언제난 없어지는 것인지.